그런데 1981년 9월 이탈리아의 '밀라노 가구 페어' 기간에 개최된 멤피스그룹(Memphis Group) 창립 전시회에 출품된 칼톤 책장은 "무슨 책장이 저래?"
"칸막이가 기울어져 있는데 어떻게 책을 꽂지?" 등 갖가지 의문을 불러일으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을 이끌었던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가 디자인한 이 책장은 기존 책장들과는 전혀 다르게 기능을 애써 외면한 것처럼 디자인되었다. 전체적인 외관이 오각형이며, 내부에는 삼각형과 사선을 도입하여 경사진 칸막이, 보색 대비에 따른 화려한 색채 등으로 인해 흔히 보던 기능적인 육면체의 책꽂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소트사스는 원래 단순함·편의성·대량생산 등 기능주의적 원리로 고객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주는 산업디자이너였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전 업체 올리베티의 산업디자인 고문이었던 그가 60세가 넘은 나이에 멤피스그룹을 결성하여 포스트모던 디자인 운동을 주도했다.
이는 늘 해오던 익숙한 데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역발상의 발로였다.
멤피스그룹 회원들은 모두 단순하고 획일화된 상업주의적 디자인에 반발했으며, '다중 코드'를 즐겨 사용했다.
멤피스라는 이름도 고대 이집트의 수도, 로큰롤의 황제였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밥 딜런의 노래에 등장하는 '멤피스 블루스'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형태, 자극적인 색채, 넘치는 유머가 반영된 가구, 조명, 소파 등으로 모던 디자인의 무미건조함을 풍자하던
멤피스그룹은 1987년까지 지속되었다. 칼톤 책장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