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58] 축구팀 따라 운동장 색깔이 변한다고?

바람아님 2014. 6. 15. 08:51

(출처-조선일보 2013.09.25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2006년 독일 FIFA 월드컵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남미의 강호들이 탈락하고, 주최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전차군단 독일은 3위에 그쳤다. 
결승전에서는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경기의 승부에서는 밀렸지만, 독일은 운동장 준비에서는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전역에 산재한 12개의 경기장 중에서 특히 '스타디움 뮌헨'이 주목을 받았다. 
좌석이 6만9901석(2010년 7만1000석으로 증설)으로 규모가 가장 큰 데다, 
건설 비용도 3억4000만유로(5100억원)로 최고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위해 뮌헨에 건립된 경기장‘알리안츠 아레나’. 길이 259m, 폭 227m, 높이 50m.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위해 뮌헨에 건립된 경기장‘알리안츠 아레나’. 
길이 259m, 폭 227m, 높이 50m.

스위스의 건축회사인 '헤르조그 & 뫼롱(Herzog & de Meuron)'이 디자인한 이 경기장은 3층 구조이며 2002년 가을에 착공해
2005년 완공되었다. 빛이 잘 투과하는 0.2㎜ 두께의 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ETFE) 포일로 만든 에어 패널로 마감되었다. 마치 비행선과 같은 외관으로 '고무보트'란 별명을 얻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프로축구단 '바이에른 뮌헨'과 'TSV 1860'의 홈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의 표면을 덮은 에어 패널은 발광 소재여서 흰색·빨간색·파란색을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하는 팀에 맞춰 경기장 외벽의 색깔을 바꿀 수 있다. 
바이에른이 경기를 하면 붉은색, TSV는 푸른색, 독일 국가 대표 팀은 흰색으로 정해져 있다. 
경기장 전체를 발광시키는 비용은 시간당 50유로(약 8만원)이다.

내부의 잔디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한 친환경 건물로도 유명한 이 경기장의 명칭은 독일의 대표적인 보험·금융사인 
알리안츠의 이름을 따서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라 불린다. 
알리안츠가 건설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 대가로 30년간 명칭 사용권을 획득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