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4.1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로마 황제 중 최악의 인물을 고르라면 칼리굴라(재위 서기 37~41)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당대 사료들을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그가 끔찍한 기행을 벌였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는 궁정 인사들의 부인을 강요하여 억지로 동침한 다음 이를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녔다.
여동생들과 근친상간을 저질렀고, 매매춘까지 강요했다.
그는 또 잔인한 고문과 살인을 즐긴 것으로 악명 높다.
한 번은 야수들과 사람이 싸우는 경기장에 갔는데, 관중석 한쪽 구역의 사람들을 모두 경기장 안에
던져 넣어 야수들에게 잡아먹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벌인 괴상망측한 행위의 정점은 자신의 애마(愛馬)를 종교 사제로 임명한 것이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했던 일은 초대형 건축 사업들이었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했던 일은 초대형 건축 사업들이었다.
수도 시설처럼 유용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긴급한 필요가 없는 경기장이나 신전 같은 것들이었다.
이로 인해 제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신으로 승격시키는 별난 행태를 보였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신으로 승격시키는 별난 행태를 보였다.
그는 헤라클레스, 비너스, 아폴로 같은 신으로 꾸몄고, 정치가들을 만날 때는 주피터를 자칭했다.
많은 사원에 있는 신상들의 머리를 잘라내고 대신 자신의 머리를 얹도록 시켰다.
시민 앞에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즐겼고, 자신을 모시는 사원도 여러 곳 지었다.
나중에는 자신을 네오스 헬리오스(neos helios), 즉 '새로운 태양'으로 찬미하기를 요구했다.
결국 인내의 한계에 몰린 원로원 의원들과 호위대 군인들이 '살아 있는 신'을 자처하는 황제를 암살했다.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의 철학'을 나타내기 위해 칼리굴라를 소재로 희곡을 만들었다.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의 철학'을 나타내기 위해 칼리굴라를 소재로 희곡을 만들었다.
극 중에서 애송이 황제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 시대에 평등이라는 선물을 줄 참이야.
그래서 모든 것이 평등해지고, 마침내 이 땅 위에 불가능이 실현되고,
달이 내 손에 들어오면 아마 그때야말로 나 자신이 변하고 나와 더불어 이 세계도 변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드디어 인간들은 죽지 않고 영생하며 행복해지는 거지."
(카뮈, '칼리굴라')
부조리의 극치를 달리는 이웃 국가에서는 죽은 독재자의 시신을 이름도 거창한 영생홀이라는 곳에 모시고
부조리의 극치를 달리는 이웃 국가에서는 죽은 독재자의 시신을 이름도 거창한 영생홀이라는 곳에 모시고
그를 태양으로 모시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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