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4.24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기차가 등장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장거리 육상 수송 수단은 낙타였다.
많은 짐을 지고 오랫동안 광대한 사막이나 초원지대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문명권 간에 교역과 교류가 가능했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만일 낙타가 없었더라면 인류 역사는 훨씬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 같다.
특기할 일은 세상에 두 종류의 낙타가 존재하여
특기할 일은 세상에 두 종류의 낙타가 존재하여
하나는 추운 지역에서, 다른 하나는 열대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고산지대에서는 쌍봉낙타(camel)가 있고, 아라비아나 사하라사막 같은 곳에서는 단봉낙타
(dromedary)가 있어서 낙타에 의한 세계적 분업이 이루어졌다. 낙타 수송이 가장 발달한 곳은
이슬람 세계였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한가운데 있는 아랍 세계는 일찍부터 원거리 중계무역을
수행했는데, 이때 낙타 대상(隊商·caravan)이 특히 유용했던 것은 우마차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도로를
놓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장점 때문에 이슬람권에서는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도로의 발전이 지체되었다.
낙타의 능력은 놀랍기 그지없다. 사하라사막의 단봉낙타는 엄청난 물 저장 능력 덕분에 1주일 정도 물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일단 물을 발견하면 단 10분 만에 25갤런의 물을 흡수한다. 물이 나오는 곳의 위치에 대해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며,
게다가 소금물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동물은 도저히 소화시키지 못하는 가시 식물이나 마른 풀도 먹을 수 있다.
등의 혹은 지방 덩어리로서 일종의 식량 저장고 역할을 하는데, 이 덕분에 몸무게의 4분의 1이 줄어들 때까지 먹이 없이
오랫동안 여행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낙타의 원산지는 놀랍게도 북아메리카이며, 소빙하기에 베링해가 육지였을 때 아시아 쪽으로 건너왔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얻어진 것일까?
낙타의 원산지는 놀랍게도 북아메리카이며, 소빙하기에 베링해가 육지였을 때 아시아 쪽으로 건너왔다.
최근 캐나다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낙타가 먼 옛날 북극 주변 지역에 살았던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오늘날의 낙타가
뜨거운 사막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먼 옛날 정반대 환경에 적응했던 덕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극의 추위와 싸우느라 혹 속에 지방을 저장하고, 눈 위를 걷느라 평평해진 발은 오늘날 모래 위를 걷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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