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주 ‘시금치’(2013년)
옷 한 벌이 있다. 가을 나들이에 입고 나가면 좋을 듯한 치마다. 그런데 이 옷은 옷이 아니다. 시금치의 잎과 줄기를 이어 붙여 치마 모양을 만든 뒤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치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입을 수 없는 채소다. 사진가 성연주가 과일과 야채 등 여러 가지 음식물로 옷 모양을 만들어 사진작품으로 만든 ‘웨어러블 푸드’ 시리즈의 하나다.
사람들은 사물을 볼 때 그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겉모양으로 판단한다. 시금치로 꾸며 놓은 것이라고 말해줘도 머릿속으로는 ‘시금치로 만든 치마네!’ 라며 첫 느낌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우리의 생각이 이렇다. 본질보다는 갖고 있던 관념에 묶여 있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한계를 사진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당신은 이것을 정말로 치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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