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31 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기억에 남을 뭔가를 찾는 휴가철… 때론 사람이 풍경보다 아름답고 동영상 기록이 사진보다 미덥다
즐기러 와서 왜 '인증샷'만 찍고 자녀들한테 '포즈'를 강요하나… 빛나는 시절을 印畵해 정리하길
"우와!" 파도가 신기한 세 살 꼬마 입에선 탄성이 터졌다.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아장아장 걷던 무릎을 적셨고, 카메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아내는 옆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지금은 중3이 된 아들이 생애 처음 바다를 본 순간, 2001년 여름 서해안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여름휴가철이다.
여름휴가철이다.
밖에서만 바쁘던 아빠들에게 휴가란 가족을 위해 기억에 남을 뭔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휴가가 다가오면 여행을 준비하고, 또 뭔가를 남기려고 카메라를 챙긴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한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사람들은 행복했던 풍경을
담아두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가면 반드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진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은 식구들 사진은 별로 찍지 않았다고.
그냥 어디를 가면 그곳의 멋진 풍경과 유명한 건물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젠 결혼해서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앨범을 찾아봐도 어릴 때 사진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했다.
멋진 풍경이나 건물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든 다시 가서 볼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퇴근하고 집 현관을 들어서면 조르르 달려와 와락 안기던 아이들의 어릴 때 모습이 그립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여행지가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을 더 많이 찍어두라고 충고했다.
아이들은 자라고 모습도 변한다면서.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찍어 보자. 요즘은 작은 카메라도 모두 화질(畵質)이 뛰어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찍어 보자. 요즘은 작은 카메라도 모두 화질(畵質)이 뛰어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사람들은 모습도 변하지만 목소리도 변한다. 커가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동영상은 사진처럼 특별한 포즈도 필요 없다. 사진이 스치는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면, 동영상은 그림과 목소리까지
기록하면서 생생했던 그때 그곳으로 시간 여행을 시켜준다.
최근에 예전 파일들을 외장 하드에서 정리하다가 딸의 어릴 때 모습이 있는 동영상을 찾았다. 그때 우리는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최근에 예전 파일들을 외장 하드에서 정리하다가 딸의 어릴 때 모습이 있는 동영상을 찾았다. 그때 우리는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동화책들이 꽂힌 세 칸짜리 낮은 책꽂이와 연두색 작은 소파만 있던 좁은 거실에서 아내가 라디오로 팝송을 틀자 플라스틱
머리핀을 꽂은 조그만 아이는 카메라 앞으로 나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연신 까르르 웃으며 까불대던 네 살짜리 꼬마는 어느덧 눈높이가 엄마만큼 커버린 중학생이 되었다.
당시 나온 지 얼마 안 된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로 찍은 화질 낮은 동영상이었지만 아이들이 막 자랄 때 모습이어서
우리 가족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그렇다고 사진만 찍지는 말자. "아빤 왜 맨날 사진만 찍어요?" 사진에 욕심 많은 사람은 식구들에게 늘 이런 항의를 받는다.
그렇다고 사진만 찍지는 말자. "아빤 왜 맨날 사진만 찍어요?" 사진에 욕심 많은 사람은 식구들에게 늘 이런 항의를 받는다.
적당히 사진을 찍은 후엔 함께 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앵글이 중요하고 광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 온 시간이 중요한 것이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워낙 유명한 그림이기에 그날도 관람객이 많았고, 그림을 보려면 전시실 앞에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막상 모나리자가 걸린 방에 들어갔을 땐 어이가 없었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감상하기보다는 대부분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나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봤다'는 증거를 사진으로 남기느라 모나리자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자기 얼굴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림을 보러 갔다면 그림부터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으면 여행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그림을 보러 갔다면 그림부터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으면 여행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사진은 사이사이에 찍는 것이다. 이만큼 가다가 사진 찍고, 다시 조금 가다가 또 사진 찍고. 아이들은 양말을 벗고 갯벌을 함께
뛰어다니는 부모를 좋아하지, 갯벌을 배경으로 계속 사진 찍는 자세를 요구하는 시간은 지루해할 것이다.
하나 더.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외장 하드에만 담아두지 말자. 가족들의 소중한 사진일수록 오히려 옛날 방식을
하나 더.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외장 하드에만 담아두지 말자. 가족들의 소중한 사진일수록 오히려 옛날 방식을
권하고 싶다. 사진을 종이로 뽑아서 제본이 튼튼한 앨범에 보관하기를 권한다. 지금은 필름 카메라 시절과 달라서 사진을 찍고
카드에서 덜어내서 비우면 또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모두 한곳에 저장하고 어딘가에 있겠거니
안심한다. 저장한 사진은 파일일 뿐이다.
CD로 굽든, 외장 하드로 저장하든 실수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서 디지털 사진은 귀찮더라도 좋은 것을 추리고 정리한 뒤 종이 사진으로 프린트해서 앨범에 보관해 두기 바란다.
모든 사진은 과거를 기록한다.
모든 사진은 과거를 기록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빛나는 한 시절, 여행의 기억도 소중하게 기록해야 한다.
기록은 언제나 기억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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