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바람결 그림에 표현한 '모네', 돌풍 맞는 사진을 연출해 찍은 '제프 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미술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시원한 바람이에요.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는 있지요. 이런 바람을 미술로 표현하기란 무척 어려울 거예요.
그러나 창의적인 예술가들은 바람의 흐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세기까지도 미술로 표현하는 능력을 갖췄답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는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조각상에 표현했어요. 작품 1을 보세요.
작품 1의 날개 달린 여인의 조각상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예요.
이 조각상은 1863년 그리스 에게해의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굴되었어요. 기원전 2세기경 로도스 섬 사람들이
해전 승리를 기념하고자 만든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여신상의 머리와 양팔은 잘려나갔지만,
날개와 몸체만으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조각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각가는 바닷바람을 조각상에 표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네요. 뒤쪽으로 활짝 펼친 양쪽 날개 각도,
오른발은 앞으로 내딛고 왼발은 뒤로 뻗은 자세,
여신의 몸을 휘감은 옷 주름의 곡선, 펄럭이는 망토 끝단을
활용해 해풍을 느끼게 해주었거든요.
상상력을 발휘하면 조각상의 원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도
있어요.
아마도 니케 여신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뱃머리에 서서
승전을 알리는 트럼펫을 불고 있었을 거예요.
거센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말이지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부드러운 바람을
그림에 표현했군요.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초여름날, 젊은 여인이
초록색 양산을 쓰고 바람이 부는 언덕에 서 있어요.
작품 2의 여인은 모네의 두 번째 아내 알리스의
딸 쉬잔이에요.
신기하게도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바람이 부는
언덕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요.
부드러운 바람에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쉬잔의 옷과 스카프가 날리는 것이 느껴져요.
어떻게 미풍의 촉감과 소리까지도 그림에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모네 화풍'이라고 하는 독특한 기법을 썼기
때문이에요.
모네는 바람이 부는 날 언덕에 나가 튜브에서 짜낸
선명한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지 않고 붓에 묻혀
재빠르게 색칠했어요.
그는 쉬잔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인물을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초여름날의
밝은 햇빛과 부드러운 바람결을 표현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거든요.
그 덕분에 관객은 자신이 쉬잔처럼 등 뒤로
햇빛과 미풍을 받으며 언덕에 선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한편 캐나다 작가 제프 월은 돌풍을 사진 작품에
표현했네요. 작품 3 속에서는 '휘이이익~'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세찬 바람이 불고 있어요.
돌풍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고 있군요.
휘청거리는 나무와 네 남자의 동작이 바람
세기를 말해주네요. 남자들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붙잡거나, 서류철에서 문서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하는군요. 아, 오른쪽의 몸을 구부린 남자 얼굴에
돌풍에 실려온 종이 한 장이 달라붙었어요.
돌풍을 맞는 남자들의 순간 동작과 갑작스러운
상황을 재빠르게 촬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실제 장면을 촬영한 게
아니라 연출 사진이랍니다.
제프 월은 영화나 드라마 감독처럼 사진을
연출하는 작가로 유명해요. 이 작품을 만들 때도 미리 촬영 장소를 정하고,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며 어떤 장면을 찍을 것인지 설명하고 연기하게 했어요. 그리고 촬영한 여러 장면의 사진을 컴퓨터를 이용해 포토샵으로 합성하여 극적인 순간을 창조했지요.
앞서 감상한 작품들은 예술가들이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