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7] 단순 명료한 글자체, 세계를 휩쓸다

바람아님 2014. 8. 6. 11:23

(출처-조선일보 2012.10.08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영문 글자체는 '헬베티카(Helvetica)'이다. 
스위스를 의미하는 라틴어 '헬베티아(Helvetia)'에서 유래한 이 서체(書體)는 삼성·마이크로소프트·스카이프·도요타 등 
세계 유수 기업의 로고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뉴욕·암스테르담·도쿄 등 대도시의 도로표지판, 공공 사인, 간판 등에서도 
이 서체를 쉽게 볼 수 있다. 단순 명료하여 가독성(可讀性)과 식별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획의 굵기가 같고 장식적인 요소가 없는 글자체를 '산세리프(sans serif)'라고 한다.

'헬베티카 서체' - 헬베티카 서체를 사용해 디자인된 기업 로고들. 아래 작은 사진은 다큐멘터리 영화‘헬베티카’(2007)의 포스터에 등장한 헬베티카 서체.
'헬베티카 서체' - 헬베티카 서체를 사용해 디자인된 기업 로고들. 아래 작은 사진은 다큐멘터리 영화‘헬베티카’(2007)의 포스터에 
등장한 헬베티카(Helvetica)  서체.
1957년 스위스의 디자이너 맥스 미딩거와 하스(Hass) 글자체 회사 사장 에드워드 호프만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편한 
서체 개발에 나섰다. 그들은 19세기부터 유럽에서 사용되던 '그로테스크' 서체를 개량하여 '신(新)하스 그로테스크'라는 
서체를 디자인했다. 이 서체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1960년 해외에서도 서체를 쉽게 주문할 수 있게 '헬베티카'로 
이름을 바꾸었다.

[27] 단순 명료한 글자체, 세계를 휩쓸다
2007년 이 서체의 개발 50주년을 맞아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인 게리 허스트윗은 
'헬베티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상영 시간 80분인 이 영화는 헬베티카의 역사, 
특성, 디자이너들의 글자체 선택 전략 등을 관련 인사 70여명과 한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으로 
다루었다. 헬베티카의 우수성은 물론 부정적인 의견까지 고루 포함했다.

포스트모던 양식이 유행하던 1970~80년대에는 이 서체가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너무 널리 사용되다 보니 온 세상이 표준화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헬베티카의 뛰어난 가독성 중립성 덕분에 민간 부문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헬베티카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