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영문 글자체는 '헬베티카(Helvetica)'이다.
스위스를 의미하는 라틴어 '헬베티아(Helvetia)'에서 유래한 이 서체(書體)는 삼성·마이크로소프트·스카이프·도요타 등
세계 유수 기업의 로고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뉴욕·암스테르담·도쿄 등 대도시의 도로표지판, 공공 사인, 간판 등에서도
이 서체를 쉽게 볼 수 있다. 단순 명료하여 가독성(可讀性)과 식별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획의 굵기가 같고 장식적인 요소가 없는 글자체를 '산세리프(sans serif)'라고 한다.
- '헬베티카 서체' - 헬베티카 서체를 사용해 디자인된 기업 로고들. 아래 작은 사진은 다큐멘터리 영화‘헬베티카’(2007)의 포스터에
- 등장한 헬베티카(Helvetica) 서체.
서체 개발에 나섰다. 그들은 19세기부터 유럽에서 사용되던 '그로테스크' 서체를 개량하여 '신(新)하스 그로테스크'라는
서체를 디자인했다. 이 서체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1960년 해외에서도 서체를 쉽게 주문할 수 있게 '헬베티카'로
이름을 바꾸었다.
2007년 이 서체의 개발 50주년을 맞아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인 게리 허스트윗은
'헬베티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상영 시간 80분인 이 영화는 헬베티카의 역사,
특성, 디자이너들의 글자체 선택 전략 등을 관련 인사 70여명과 한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으로
다루었다. 헬베티카의 우수성은 물론 부정적인 의견까지 고루 포함했다.
포스트모던 양식이 유행하던 1970~80년대에는 이 서체가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너무 널리 사용되다 보니 온 세상이 표준화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헬베티카의 뛰어난 가독성과 중립성 덕분에 민간 부문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헬베티카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