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큰 힘 들이지 않고 종이나 천 등을 자르는 데 쓰는 가위는 일상생활에서 아주 유용한 도구 중 하나다.
원래 가위는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에서 양털을 자르던 도구에서 유래됐으며, 용도에 따라 재단가위, 꽃가위, 나뭇가지를
치는 가위, 잔디 깎는 가위, 철판을 자르는 양철 가위, 장단을 맞추는 엿장수 가위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위의 디자인은 용도에 상관없이 좌우대칭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가위를 디자인할 때 주로 사용하는 손과 손가락의 작용에 대한 인체공학적인 연구를 충분히 하지 않고 균형 잡힌 외관과
제작의 용이성 등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 피스카스 가위(Fiskars Scissors). 올로프 벡스트룀 디자인(1967년).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1976년). 길이 20.3㎝,
- 가격 16.99달러(약 1만8000원).
1960년대 초반부터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가위 디자인의 혁신을 일으켰다.
먼저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손가락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세심히 관찰해 좌우 형태가 각기 다르게 디자인했다.
가위 형태만 보고 즉시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이른바 '행동 유도성(affordance)'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왼손잡이들의 입장을 배려해 그들만을 위한 전용 가위를 디자인했다.
특히 금속 소재를 니켈 성분이 없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대체하고,
손잡이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일부 예민한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피부 장애, 두통 등 부작용이 생겨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며 가격도 저렴한 가위가 만들어졌다.
피스카스의 기업 색채인 오렌지색이 적용된 이 가위는 1967년 출시된 이래로 10억개 이상 팔렸으며,
피스카스의 기업 색채인 오렌지색이 적용된 이 가위는 1967년 출시된 이래로 10억개 이상 팔렸으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즐겨 쓰는 세계의 디자인 아이콘이 됐다.
비록 가위 하나라도 진정 사람을 배려해 디자인하면 명예와 부를 거둘 수 있음을 실감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