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디자인은 일시적인 유행을 타지 않고 영속적이다.
훌륭하게 디자인된 제품은 오랜 시간이 흘러가더라도 식상하지 않고 변함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1967년부터 독일의 가전회사 브라운이 생산한 전자계산기 'ET' 시리즈는 그런 제품의 하나이다.
브라운의 수석디자이너 디터 람스와 디트리히 룹스가 디자인한 이 계산기는 '신(新)기능주의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이다.
브라운의 수석디자이너 디터 람스와 디트리히 룹스가 디자인한 이 계산기는 '신(新)기능주의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이다.
한 손에 들고 사용하기 편한 크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형태, 품위 있는 무광택 검은색 몸체는 40여년이 지난 요즘도
세련되게 보인다. 둥근 형태의 숫자와 기능 버튼을 볼록하게 돌출시키고 색깔을 달리하여 혼동을 일으키지 않게 한 것도
돋보인다. 람스가 제시한 '훌륭한 디자인 십계명'이 고루 반영된 이 제품은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
(약 48유로·6만9100원) 덕분에 80만대나 팔렸고, 영국 디자인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다.
'브라운 ET 계산기'와'애플 아이폰' -
독일 브라운의 계산기 ET-66(1987년·왼쪽)과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을 켜 놓은 상태의 미국 애플 아이폰(2007년).
손에 들고 사용하는 두 제품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ET 계산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이 이 계산기를 닮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에 내장된 계산기의 앱 디자인이 ET와 너무 흡사하여 표절 논란까지 일자,
애플은 즉각 앱의 숫자 버튼을 모두 네모형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 브라운과 유사하다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애플이 만드는 신제품의 디자인이 궁금하면, 람스가 디자인했던 브라운 제품을 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평소 람스는 애플 디자인을 극찬하고,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람스를 꼽는 것을
보면 서로 통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과거의 유산(遺産)에서 그 씨앗을 찾아내기도 한다.
디자이너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과거의 유산(遺産)에서 그 씨앗을 찾아내기도 한다.
디자인 트렌드가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순환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