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28] 가장 '번잡한' 곳, 가장 '차분한' 건물

바람아님 2014. 8. 7. 11:09

(출처-조선일보 2012.10.15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예배당 내부. 천장에 내장된 간접조명으로 은은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예배당 내부. 천장에 내장된 간접조명으로 
은은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별명은 '발트해의 아가씨'이다. 
소박하고 풋풋한 매력이 돋보이는 도시라는 의미로, 헬싱키에서는 화장기 없는 민얼굴의 
유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31일 개관한 '고요한 캠피 예배당(Kamppi Chapel of Silence)'은 수수하지만 개성이 
넘치는 헬싱키의 새로운 랜드마크이다. 헬싱키 도심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나린카 광장의 
남쪽에 자리한 이 예배당은 정해진 시간에 많은 신도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통상적인 
교회가 아니다. 누구라도 잠시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차분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예배당이다.

핀란드 건축가 미코 수마넨(Mikko Summanen)이 K2S 건축회사와 함께 디자인한 
이 건물의 외관은 기다란 타원형으로 거대한 사발을 연상케 한다. 
요즘 대도시에서 흔히 보는 콘크리트와 유리·강철 등으로 지은 건물들과 확연히 다른데, 
예배당 전체가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얇게 썬 가문비나무 판재들을 조각맞춤으로 일일이 붙인 다음, 
투명한 나노테크 왁스로 방수 처리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헬싱키의 '캠피 예배당' - 미코 수마넨과 K2S건축회사 디자인, 2012년, 면적 352㎡(약 106평), 높이 11.5m.
헬싱키의 '캠피 예배당' - 미코 수마넨과 K2S건축회사 디자인, 
2012년, 면적 352㎡(약 106평), 높이 11.5m.

소박하게 다듬어진 실내디자인은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아늑한 분위기로 감싸준다.
기름 먹인 오리나무 판재로 마감된 벽면에 비치는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실내가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긴 의자들과 성구(聖具) 등도 모두 단단한 목재로 만들어졌다.
예배당의 한쪽 끝부분과 맞닿은 직육면체 보조 건물에는 
리셉션, 교역자 및 사회복지사 사무실, 화장실, 창고 등이 있다.
'2012 세계디자인수도 헬싱키'를 기념하여 건립된 
이 예배당은 완공도 되기 전에 '2010 시카고 아테나이온 
국제건축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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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방향에 따라 이렇게 상이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