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발을 씻으며 맨발로 흙을 밟으며 감자 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냇가 작은 바위에 어머니가 나를 앉혔다. 흙 묻은 발바닥에 어머니의 손이 닿는 순간 간질간질 나는 웃었다. 어머니도 웃었다. 온종일 땀냄새 나던 하늘인데 어머니가 씻겨 주는 발 때문에 노을이 참 아름답게 핀다. -유영갑(1966~ ) | 건강한 흙냄새와 땀냄새가 나는 동시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냇가에 앉아 아이의 발을 씻겨주는 풍경이 참 정겹다. 흙 묻은 발바닥에 어머니의 손길이 닿는 순간 아이와 어머니의 입가에 피어오르는 웃음이 평화롭기만 하다. 온종일 땀냄새 나던 하늘에 빨갛게 피어오르는 저녁놀! 땀 흘려 일한 아이의 기쁨과 아이의 발을 씻겨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정이 저녁놀처럼 고운 동시다. 요즘은 점점 사람들이 흙과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런 흙냄새가 나는 동시에 마음이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봄이면 아이들은 담 밑에서 흙손으로 소꿉놀이를 하고, 병아리들은 흙발로 마당에서 종종걸음을 쳤다. 농부들은 맨발로 흙을 밟으며 씨를 뿌리고, 돼지들은 코로 땅을 후벼파며 흙 목욕을 했다. 그런 흙냄새 물씬 풍기던 풍경들이 문득 그리워지고 맨발로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땀을 흘리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