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다. 나무 상자 안에 있는 사람 모양의 검은 물체가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검정색 옷을 입은 사람으로 바뀌고 해괴한 동작을 한다. 때로는 자기 몸집보다 작은 상자 안에 들어가고 때로는 밧줄에 매달린 채 공중에서 허우적댄다. 이 5분25초짜리 영상은 놀랍게도 캠코더 등을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이 아니다. 사진이다. 세부 동작을 하나씩 찍은 뒤 연결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시간만큼 정지시킨 상태를 말하는 ‘스톱모션’ 방식을 도입했다.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방식의 작업이지만 사진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영상은 사실감이 극대화됐다. 이 작품은 스위스 사진작가 오거스틴 레베테즈의 ‘베베이의 새’다.
정지된 이미지인 사진을 환등기를 통해 보여줬던 슬라이드쇼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포토필름’ 형식으로 진화했다.
1일 개막한 ‘루나포토페스티벌’에선 포토필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레베테즈 등 국내·외 2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30여명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됐다. 안성석의 ‘무한성 그 너머’는 광화문광장 앞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하나씩 찍은 후 이를 겹쳐 입체감을 살렸고 미국 사진작가 아카시아 존슨은 ‘기원&북극’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포토필름이 유럽 등 해외에선 이미 일반적인 사진 작업 형태인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개척 분야”라며 “새로운 형태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포토필름이란 영화와 사진의 중간지점에 있는 것으로 사진을 다양한 방식으로 편집해 영화처럼 보여주는 모든 방식을 말한다. 과거 사진집이나 잡지를 통해 보여주기에 치중했던 사진은 사진설명이나, 제목, 기사 등 텍스트에 치중했다면 포토필름은 텍스트는 물론 음악과 현장음악 등 사운드까지 더했다.
이미 유럽에선 포토필름이 일반화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 축제인 프랑스 아를의 ‘아를국제사진축제’나 프랑스의 포토저널리즘 사진 축제인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 등은 포토필름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충남 금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박상우 교수는 “과거 회화처럼 종이에 인쇄돼 액자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던 사진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빛(데이터)으로 돌아다니게 됐다”면서 “포토필름은 역동성을 갖고 있는 사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적합한 표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토필름이 진정한 의미의 뉴미디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루나페스티벌은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통인동 보안여관’ ‘사진위주 류가헌’ ‘온그라운드 지상소’ ‘라바’ ‘옥인상영관’ 등 작은 갤러리들에서 5일까지 열린다. 전시 마지막 날엔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작품을 볼 수 있다.
루나포토페스티벌, 서울 서촌 일대서 10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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