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한강 불꽃놀이

바람아님 2014. 10. 6. 09:12

(출처-조선일보 2014.10.06 한삼희 논설위원)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8일 밤, 폭죽 소리가 반가워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내가 사는 서울 외곽 과천의 거리 축제 마지막 날 불꽃놀이였다. 

황급하게 진돗개 줄 매달고 시야가 트인 곳으로 달려갔다. 집마다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불꽃이 보이는 지점까지 가긴 했는데 도착하자 곧바로 끝나버렸다. 직접 본 건 세 발이나 됐을까. 

기껏 5분 정도 한 것 같다. 예산이 부족해 흉내만 내야 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그제는 불꽃놀이를 제대로 봤다. 여의도 63빌딩 앞쪽 한강 바지선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축제다. 

여의도는 미어터질 것 같아 이촌동 한강공원을 택했다. 그쪽도 지하철을 내려서부터 인파의 홍수였다. 

아파트 사이사이 골목길엔 먹고 마시고 깔고 덮을 것을 파는 노점상이 가득했다. 

한강 둔치 역시 꽉꽉 욱여넣은 것처럼 사람들로 메워졌다.

만물상 일러스트

▶불꽃놀이는 한 시간 반쯤 진행됐다. 까만 하늘에 색깔 전구 수만 개를 켰다 껐다 하면서 공중 그림을 그렸다. 

강변 바람이 얼굴을 건드리고 가는 느낌도 괜찮았다. 서울의 젊은 커플이 다 한강에 나왔지 싶었다. 

가끔 풍기문란성 장면도 보였지만 그런 젊음이 부러울 수밖에. 

앞쪽 40대 부부는 와인을 들고 와 땄다. 옆자리 젊은 부부네 아이는 엄마 무릎을 베고 모포 덮은 채 잠을 잤다. 

끝나기 30분 전쯤 둔치를 빠져나와 동작대교로 올랐는데 다리 위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주최 측인 한화의 자회사 불꽃프로모션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불꽃 포탄 11만발을 쏘아 올렸다고 했다. 

바지선에 발사포를 7000대나 설치했다. 작은 건 지름 3인치에 길이 50㎝, 큰 건 25인치에 1m50㎝쯤 한다. 

발사포에서 쏘면 숯·황·과염소산칼륨 등으로 만든 추진제가 불꽃 포탄을 공중 300m까지 끌고 올라간다. 

그런 뒤 포탄을 채운 '스타'라고 부르는 금속 성분의 색깔 내는 화약들이 전기 신호에 반응해 순차적으로 터지면서 

불꽃 그림을 그려낸다. 한화는 이날 행사에 40억원쯤 썼다고 한다.


▶아쉬웠던 건 92만㎡의 이촌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토끼굴 통로가 한 군데뿐이라는 거였다. 

동작대교 연결 출입구가 있긴 해도 거긴 계단 152개를 오르내려야 한다. 그

 바람에 구경 나온 수십만 시민이 한강공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불편을 겪어야 했다. 

강변도로 일부 구간을 지하 터널로 만들고 그 위에 풀밭을 조성해놓으면 시민들은 아무 데서나 접근 가능한 강변 공원에서 

편안하게 불꽃축제를 즐길 수 있을 듯했다. 

한강의 값어치를 키울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