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가끔 산책이라도 하듯 뒤적이는 책이 몇 권 있다.
그러한 신약성경과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사이에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는
'나의 투쟁'은 전 세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가 직접 쓴 책이다.
나치 파시즘의 '경전'으로 꼽히는 이 책에는 오스트리아 하급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나
독일의 총통이 된 히틀러의 일생과 그의 지옥 같은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내가 '나의 투쟁'을 되풀이해 읽는 것은 미학적 측면 때문이다.
사실 내가 '나의 투쟁'을 되풀이해 읽는 것은 미학적 측면 때문이다.
파시스트의 문장은 선악의 판단을 떠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비논리적이지만 단호한 어투와 열정이 증오심 넘치는 한 인간의 내면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인간은 빛으로 나아갈 것 같지만 정작 어둠에 더욱 매혹되며,
인간은 빛으로 나아갈 것 같지만 정작 어둠에 더욱 매혹되며,
천국의 시민으로 살고 싶어 할 것 같지만 도리어 지옥의 왕이 되고 싶어 한다.
파시즘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인간이 신에게 기대지 않고 직접 신의 말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의 내면에 도사린 어둠이다.
히틀러가 파시즘의 대명사이기 때문인지, 우리는 파시즘이라고 하면 습관적으로 극우 파시즘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히틀러가 파시즘의 대명사이기 때문인지, 우리는 파시즘이라고 하면 습관적으로 극우 파시즘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을 숙주 삼았던 극좌 파시즘의 광기도 못지않았다.
파시즘은 이념이 아니라 질병이다.
스스로 분열하고 자가발전하면서 인간의 사상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홀린다.
그런데 그들에게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어 봤느냐고 물어보면, 정작 그들은 "그게 무슨 책이냐"고 되묻는다.
지혜와 지식을 구분하고, 전자를 후자보다 훨씬 값진 것으로 보는 경향이 우리 내면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무지하면서도 지혜롭게 될 수 있는 길이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이런 비현실적 논리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 전체로 퍼져 나갈 때,
파시즘이라는 '악마'는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