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선택
옛날에 한 처녀가 신랑감을 지나치게 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루는 중매쟁이가 찿아왔는데,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감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라오.
그리고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여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 이랍니다."
이렇게 설명한 중매쟁이가
처녀의 눈치를 살피니 별로 좋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다음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이집 논에서는 수확을 많이 올리지요.
그 다음은, 음.....
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이 총각은 정력이 매우 강한 청년이랍니다.
뻗어나온 양근에 돌을 가득 담은 큰 주머니 끈을 걸고
허리를 움직여 빙빙 돌리면,
그 돌주머니가 머리 위까지 넘어서 휙휙 돌아가는 그런 청년이지요.
낭자! 어때요?
이 넷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보아요."
이렇게 소개하면서, 이 중에서 신랑감을 고르라고 재촉했다.
설명을 들은 처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노래를 지어 대답 하였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공부를 많이 해 문장을 잘 짓는 선비는
뜻이 넓어서 아내 고생만 시키고...
활을 잘 쏘는 무인은 전쟁에 나가 죽는 일이 있지요.
저수지 아래 좋은 논을 가졌다 해도
물 마르는 흉년에는 어쩔도리 없을 테고...
뭐래도 돌을 담은 주머니를 걸어 머리 위까지 돌리는
그 억센 청년이 내 맘에 꼭 든답니다........카더 랍니다.
<조선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