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지용의 '향수'에 나오는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같은 김춘란씨.
40여년 전 강원도 홍천에서 거시기 두 쪽만 달랑 찬 동갑내기 군인에게 시집가느라 전라도 나주까지 간 촌색시다.
봄 춘(春)자에 난초 란(蘭)자라! 그 이름으로 만날 수 있는 사내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닐까?
나무와 꽃에 미친 박태후 선생 만나, 남도 최고의 정원 '죽설원'을 만들어냈다.
무려 1만2000평 규모. 그 고생, 안 봐도 비디오다.
펜팔로 교제하다 나주에서 처음 만나 여관에서 함께 밤을 지새웠다는데, 그날로 자빠졌다나 안 자빠졌다나?
좀 거시기허지라잉!
김행 한국양성평등 교육진흥원 원장 |
전남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여성대회 특강을 위해 전남도청에 간다고 했더니 춘란씨, 파초밥 해준다고 오란다.
마루에 장작불 피워놓고 파초밥을 내왔다. 벌 한 마리가 비실비실 달라붙는다.
"냅둬. 수벌이여. 곧 죽는당께. 따땃해서 들어왔는갑는디 저것들 불쌍해.
날 추워지면 일벌들이 수벌들 야박하게 다 쫓아버린당께.
나무에 붙어갖고 부들부들 떨다가 하루 이틀이믄 굶어 죽는디 눈 뜨고 못 보겄어.
교접할 일 없응께 꿀 축낼께비 내쫓는 거지라. 죽은 수벌들이 벌통 주변에 가뜩이여.
요즘 남자들도 똑같어. 힘 빠지믄 수벌 신세지라. 밥도 안 주잖어. 쯧쯧".
언론계 대선배이신 A씨. 요즘 소원이 이혼이란다.
아파트 두 채 마련하고 은퇴했는데, 부인이 용돈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
"늙은이가 돈 쓸 일이 뭐 있느냐"며 타박하는데 치사스러워 못 살겠단다.
아파트 한 채씩 나누고 싹 갈라서고 싶지만 절대로 이혼을 안 해준다고 하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