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23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음식을 접대하는 종업원이 참 예뻤다. "배우 김희선씨 닮았다"고 특급 칭찬을 해줬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감사"를 연발했고, 서비스 안주와 디저트를 공짜로 날라댔다.
그날 이후 이 밥집은 단골집이 됐다.
며칠 전 50대 후반의 언론사 대표 A와 공기업 대표 B를 이곳에서 만났다.
A는 양성평등을 위한 기획보도를 했고, B는 여직원의 승진 구조를 만들었다.
이른바 페미니스트들. A와 B도 그녀의 환상적인 서비스에 감탄했다.
비결을 묻길래 "김희선씨 닮았다고 칭찬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러자 두 남성이 질겁했다.
A는 "여종업원에게 그런 얘기 했다간 큰일 난다.
무례(rude)와 희롱(harassment) 중 어느 것에 걸릴지 모른다.
요즘은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아니고 '아마조네스(여인)공화국이다'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이 강하다"며 "말조심해야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B는 "우리 세대는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때도 여성과 얘기할 기회가 적었다. 여성의 사회진출도 극소수였다.
1980년대 경제 호황기엔 매일 술집 접대가 있었다.
당시엔 만나는 여성이래야 급사 아니면 술집 여성뿐.
지금은 우리 직장에서도 여성 임원을 배출했지만
솔직히 소통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A는 "언론계는 여기자가 우수하다.
미모까지 갖춘 여기자가 입사한 적이 있다.
남기자가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그러자 여기자가 스토킹이라며 사내 진정을 했다.
결국 진상조사를 했고,
'애정 공세'였다는 남기자는 회사를 떠났다.
요즘도 여성 지원자가 예쁘면 뽑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하긴 남편도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번호판 누르는
앞쪽에 매미처럼 붙어 있다.
이유를 물으니 "CCTV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며 "구설에
오르기 싫다"는 것. 애고! 이 소심남들을 어쩌나?
그런데 우리네 여성들도 할 말 많다.
저녁 회식 자리에서 여성이 술 좀 마시면
그다음 날 남성들끼리 모여 "헤프다"와 "명랑하다"를 두고 뒷말하지 않던가.
정답은 상호 존중뿐인데, 화성남과 금성녀의 공존까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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