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피사로, 에라니에서의 사과 수확, 1888년
이런 그의 열린 예술관은 “우선 예술가가 되자. 그러면 농부가 되지 않아도 모든 것, 농촌의 풍경까지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에서도 드러난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농부들이 사과를 수확하는 장면을 그린 이 풍경화는 그가 농민의 삶을 얼마나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는지 보여주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전통적인 농촌화와 차별화된 피사로표 화풍으로 농사일을 그렸다는 것. 다양한 색깔의 작은 색점들을 찍는 점묘기법으로 농촌 풍경을 표현했다는 뜻이다. 광학과 색채학을 공부한 피사로는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으면 어둡고 탁해지지만 캔버스에 색점을 찍으면 색채가 보다 선명하고 밝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렬된 색점들이 감상자의 망막에서 섞이는 착시현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색점들을 화폭에 모자이크처럼 배치한 것이다.
다음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제가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아직 덜 익은 신 사과를 따먹은 적이 있어요. 배가 불러오고 북처럼 딱딱해졌어요. 엄마는 내가 사과 익기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토록 아프지 않았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할 때마다 엄마가 사과에 대해 제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그림 속 농민들처럼 땀과 인내로 사과 익기를 기다렸다가 기쁘게 수확하는 하루가 되기.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文學,藝術 > 아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자신의 몸과 화해하기 (0) | 2015.01.03 |
---|---|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숲으로 다시 태어난 반 고흐 (0) | 2015.01.02 |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절대절망의 웃음 (0) | 2014.12.31 |
[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깨진 물그릇’ 콤플렉스 (0) | 2014.12.30 |
[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45] 사랑의 정원 (0) | 2014.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