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05 오태진 논설위원실)
일본 어느 이름난 초밥 요리사가 고백했다. "담배 피우는 손님에게 나갈 음식은 아무래도 건성으로 만들게 된다"고.
한국의 '초밥왕' 안효주도 "일부 요리사는 흡연 손님에게 최상의 요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싱싱한 재료로 정성껏 차려 봐야 제 맛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 혀에는 맛을 느끼는 돌기, 미뢰가 많게는 8000개 솟아 있다.
담배를 피우면 미뢰 수가 줄고 돌기가 납작해져 미각이 무뎌진다.
▶10여년 전 담배를 끊고서 당장 두드러지게 바뀐 것이 밥맛이었다.
▶10여년 전 담배를 끊고서 당장 두드러지게 바뀐 것이 밥맛이었다.
니코틴에 절어 있던 미뢰가 살아나면서 먹는 음식마다 놀랍게 맛있었다. 그 바람에 몸무게가 10%쯤 불었다.
금연이 낳은 단 하나 '부작용'이고 나머지는 '만사형통'이다.
담뱃값 안 들고, 가래 사라지고, 숙취 덜하고, 주변은 깔끔, 기분은 상쾌해지고, 비행기에서 안절부절못할 일이 없고….
인생 후반기에 제일 잘한 결정이 금연이지 싶다.
애써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다니, 낙심하다 잠이 깬다.
군대 다시 가는 꿈 비슷한 악몽이다.
아침에 일어난 뒤나 식후 흡연 욕구는 가셨지만 지금도 몸이 피곤하면 가끔 담배 생각이 난다.
니코틴 중독이라는 게 이리도 질기다.
'흡연은 뇌에 LP 레코드판 홈 같은 자국을 영원히 남긴다'는 얘기가 실감 난다.
▶객초(客草)라는 말이 있었다. 손님을 맞으면 먼저 담배부터 권하는 '미덕'을 가리켰다.
▶객초(客草)라는 말이 있었다. 손님을 맞으면 먼저 담배부터 권하는 '미덕'을 가리켰다.
이젠 담배 인심이 사나울 수밖에 없다.
담뱃값이 평균 2000원 오른 새해 첫날 담배 판매가 작년 정초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사둔 담배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홧김에' 끊거나 덜 피우는 탓도 클 것이다.
구멍가게에 가치담배도 다시 등장했다.
예전 학교 앞 오징어 다리 튀김집이나 버스 정류장 토큰 판매소에서 개비로 팔던 낱담배다.
▶게다가 카페·맥줏집·PC방마저 흡연 금지 구역이 됐으니 애연가들이 더욱 심란할밖에.
▶게다가 카페·맥줏집·PC방마저 흡연 금지 구역이 됐으니 애연가들이 더욱 심란할밖에.
이웃 눈치 보느라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 집 안에서도 담배 피우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김동인은 '연초(煙草)의 효용'이라는 글에서 '생각 막혔을 때 한 모금 연초가 생각을 틔운다'고 했다.
신문기자 중엔 담배 한 대 피워야 기사가 써진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유난히 담배 끊기 어려운 직업이다.
우리 사무실 여남은 식구에서 흡연자가 절반을 넘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새해 들어 한 명도 안 남았다.
'치사해서'라도 담배 끊어야겠다고들 아우성치는 을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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