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스티비 원더의 책 읽을 권리

바람아님 2015. 1. 19. 11:29

(출처-조선일보 2015.01.19 전제덕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학창 시절 내 꿈 중의 하나는 읽고 싶은 점자 책들을 마음껏 사서 소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점자 책은 비싸고 종수도 부족했다. 
일반 책을 점자 책으로 만들면 부피가 커져서 1권이던 책도 4~5권 정도로 늘어나 제작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구매를 신청해야만 업체에서 만들어줬다. 
결국 복지관이나 점자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읽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후 찾아온 인터넷 시대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음성 지원이 되는 전자책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 시절 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디어 털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대형 서점들이 만든 전자책(e북) 프로그램과 
전자책 단말기는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공립 도서관도 한정된 책을 특별판으로 만든 장애인 도서관을 운영할 뿐이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니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한국에서 서비스가 되는 구글의 플레이북 스토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세심하지 않지만, 이용은 가능하다. 덕분에 전자책 형태로나마 내가 갖고 싶은 책들을 다수 소장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인문·교양 서적들은 아직도 태부족이다.

[일사일언] 스티비 원더의 책 읽을 권리이처럼 책 한 권 사서 읽는 데도 시각장애인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책 읽을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인터넷 서점들이나 국공립 도서관이 발상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팝스타 스티비 원더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시각장애인들의 독서 접근권을 보장해달라고 

얘기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아마존이나 

아이북 스토어는 시각장애인들이 접근하기에 

더없이 편할 뿐 아니라 곧 나올 신간 예약 

주문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정말 부럽다. 

우리나라는 언제 그런 날이 올까.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하기 전에 이런 것부터 

고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