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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인터뷰 '돈과 힘' 저자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바람아님 2015. 1. 31. 11:51

"중국을 움직인 11명, 공통된 꿈은 '富强'이었다"

(출처-조선일보 2015.01.31 장련성 객원기자)

[인터뷰 '돈과 힘' 저자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

쑨원·장제스·마오쩌둥·덩샤오핑… 그들이 가진 평생의 화두 소개
"美·中 강대국 관계 복잡미묘한 시기… 한국, 두 나라 사이서 균형 유지해야"

돈과 힘 책 사진돈과 힘
존 델러리·오빌 셸 지음 | 이은주 옮김
문학동네 | 624쪽 | 2만8000원

존 델러리(40)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를 모두 중국에서 찾았다. 

박사학위와 일자리, 그리고 한국인 아내까지. 

1997년 예일대 학부 졸업 직후, 자신의 대부(代父)이자 부모님의 친구였던 

레오 매카시 전 캘리포니아 부지사와의 점심 자리가 발단이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델러리는 

자신의 혈통인 아일랜드의 역사와, 16세 때 '장자(莊子)'를 읽고 대번에 매료됐던 중국사 사이에서 

전공을 고심 중이었다. 그는 13세 때 아버지를 여읜 뒤로 매카시를 '정신적 아버지'처럼 따랐다.

잠잠히 그의 고민을 듣던 매카시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아일랜드 역사를 공부하면 괜찮은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겠지. 

그것도 좋지만 만약 중국사를 전공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훌륭한 '지적(知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조언을 들은 델러리는 주저 없이 미국 최고의 중국사가(史家)로 꼽히는 조너선 스펜스(79) 예일대 교수의 

방문을 노크했다. '현대 중국을 찾아서' 같은 역저(力著)를 남긴 스펜스 교수가 2008년 은퇴하기 이전에 

그의 마지막 제자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델러리 교수는 명말 청초(明末淸初) 시기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인 고염무(顧炎武·1613~1682)에 대해 박사학위를 썼다. 

미 브라운대 등에서 강의하다가 2010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내와도 꼭 10년 전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만났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19세기에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것이 중국의 과제였다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지금은 과거에 당했던 것과 똑같이 주변국에 되갚아주려는 호전적 유혹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대국과 민족주의 부활이라는 위험한 유혹을 떨쳐내고 평화 공존하는 쪽을 택할 때 국제 사회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19세기에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것이 중국의 과제였다면,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지금은 과거에 당했던 것과 똑같이 

주변국에 되갚아주려는 호전적 유혹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군사 대국과 민족주의 부활이라는 위험한 유혹을 떨쳐내고 

평화 공존하는 쪽을 택할 때 국제 사회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델러리 교수가 미국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 소장인 오빌 셸과 함께 쓴 '돈과 힘'은 오늘날의 중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11명의 삶을 열전(列傳)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돈과 힘'이라는 책 제목은 등장 인물 11명의 공통 화두였던 '부강(富强)'에서 나왔다.

책에서 소개한 쑨원(孫文)과 장제스(蔣介石),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등은 중국 현대사를 언급할 때 

피해갈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대신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를, 시진핑(習近平) 현 주석 대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선택한 대목에서 각각 놀라게 된다. 

그는 "주룽지는 1990년대 중국을 상징하는 '경제 황제'였다는 뜻에서, 류샤오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로 

떠오른 인권과 민주주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골랐다"고 말했다.


이 책은 등장인물과 평생의 화두를 짝지어 함께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쑨원의 '일반산사(一盤散沙·쟁반에 흩어진 모래)', 마오쩌둥의 '불파불립(不破不立·파괴 없이는 건설도 없다)'과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등이다.

앞장의 주인공이 뒷장에서 조연(助演)으로 재등장하면서 중국 현대사의 연속성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물론 그 마지막에는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와 시진핑 부자(父子)가 기다리고 있다.

시중쉰은 1979~1981년 광둥성장(廣東省長)을 역임할 당시 새로운 형태의 무역 지구 지정을 건의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인 덩샤오핑은 선전(深 土+川) 등을 '경제특구(特區)'로 지정했다. 시중쉰의 아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조치가 시작된 1980년 군사사절단의 일원으로 미 국방부를 방문했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시중쉰과 덩샤오핑, 시진핑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기술 방식이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1장씩 할애하고 있지만,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만큼은 2장으로 나눠서 기술했다. 

"둘은 한 장으로 압축 요약하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인물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델러리 교수는 "마오쩌둥은 폭력적이고 전체주의적 방식도 불사하며 중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산불(문화혁명)'을 질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산불이 덩샤오핑에게는 새로운 '숲(경제발전)'을 조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부국(富國)'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지만 

'강병(强兵)'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썼다. 

양대 강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지금처럼 두 강대국의 관계가 복잡 미묘할 때는 한국의 운신(運身) 폭도 커지죠. 반대로 미중(美中)이 정면 충돌하면 

한국의 재량권은 크지 않을 거예요. 

한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어요. 끊임없이 균형(balance)을 잡아야 하죠. 

만약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그 자체로 '패배한 게임(lost game)'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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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편견의 장벽,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출처-조선일보 2015.01.31 이한수 기자)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책 사진

'독립적 자아' '상호의존적 자아'의 갈등, 

인종·계층·종교 등 문화적 편견 불러
다른 자아 인정하고 배려해야 공존 가능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헤이즐 로즈 마커스 · 엘래나 코너 지음
박세연 옮김|흐름출판|464쪽|1만9000원


미국 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은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스탠퍼드대 문화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한국 유학생 희정은 어느 날 토론식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짜증 섞인 비난을 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아시아 학생들은 혼자서 
사고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요?" 
희정은 발끈했다. 주말에 수준 높은 리포트를 쓰고 나서 한 줄 덧붙였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미국인 교수와 한국 학생의 작은 갈등은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돌일 
수 있다. 희정은 '왜 미국인들은 교실 속 침묵에 그렇게 참을성이 없는가'를 연구 주제로
삼았다. 
비언어 지능검사인 '레이븐 검사'를 통해 미국인들은 말하면서 문제를 풀 때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아시아계 학생들은 조용히 문제를 풀 때 더 높은 점수를 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렇다면 '침묵은 생각이 없는 것'이라는 미국인 교수의 주장은 문화적 편견에 불과하다.

스탠퍼드대 교수와 같은 대학 박사 출신인 두 저자는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충돌을 분석한다. 동·서양과 남녀, 인종과 계층, 지역과 종교, 기업·정부와 
남·북반구(半球) 등 8가지 문화적 충돌이 대상이다. 
저자들이 본 갈등의 원인은 단순하다. 사람이란 두 가지 유형의 자아가 있으며 
서로 다른 두 자아가 부딪칠 때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무함마드 만평을 실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후 프랑스 시민들이 ‘나는 샤를리다’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알제리 무슬림들이 ‘나는 무함마드다’라는 종이를 든 모습.
지난 7일 무함마드 만평을 실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후 
프랑스 시민들이 ‘나는 샤를리다’라고 쓴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알제리 무슬림들이 ‘나는 무함마드다’라는 종이를 든 모습. 
/AP 뉴시스·뉴시스
두 유형은 '독립적 자아''상호 의존적 자아'다. 
앞서 미국인 교수는 개인의 자존감을 중시하는 서양 문화의 맥락 속에 있다. 
개인은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로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 학생은 상호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상호 의존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종교 갈등도 두 자아의 충돌로 해석이 가능하다. 2005년 덴마크 신문 '율랜츠포스텐'은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폭탄 모양 터번을 두르고 길게 줄을 선 자살 폭탄 
테러범들에게 "그만해! 이젠 처녀들이 다 떨어졌어!"라고 외치는 만평을 실었다. 
이 일로 여러 나라 덴마크 대사관이 공격을 받고 100여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사건 같은 보복 테러였다.

'독립적 자아'를 주장하는 서구 독자들이 볼 때 그 만화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나 무함마드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이슬람권에서 볼 때 이는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모욕하는 직접적인 공격이었다. 누군가의 명예를 더럽히면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나서는 이슬람 문화에서 보복에 기꺼이 동참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저자들은 "진보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려면 우리 모두가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상호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절충론 또는 양비론(兩非論)이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독립적 자아와 상호 의존적 자아가 모두 필요하며, 다문화 사회의 공존을 위해 
서로 다른 자아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