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소설가
여성 입장에서 납득되지 않는 것이 남성의 성욕이다. 남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성 충동과 연관시키기 좋아한다. 군부대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부대 주변 음성적 매매춘 시설을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부대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군인들을 외박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성욕만 편안히 해결되면 세계 평화도 절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듯하다. 심지어 남자들은 성 기관에 ‘불수의근(不隨意筋: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작동한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으로 표현되는 모든 행위도 실은 정신의 문제다. 성 충동에 휩싸일 때 즉각 해소하지 못하면 폭발할 듯 느끼는 마음은 충동조절 장애일 뿐이다. 불안·분노와 같은 위험한 감정을 늘 섹스로 해소해 왔기 때문에 성욕이 해소되지 않으면 분노로 치환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또한 그것은 병리적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이다. 그들은 착취적 대상 관계를 맺는데 성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욕을 해소할 만한 만만한 상대를 찾아내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 또한 그들은 원 본능 충동을 상징, 은유화하는 과정을 밟지 못한 이들이다. 그들이 편집증적 충동에 휩싸이기 때문에 현실을 망각하는 게 아니라 내면에 사회적 상징과 질서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동을 향해 눈먼 듯 내달리는 것이다.
콜린 윌슨의 책 뒤쪽은 블랙 매직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한밤에 마술사들이 펼치는 선악 투쟁 의례에 참관한 경험이 세밀히 기록돼 있다. 그의 정신 구조 속에 이미 치밀한 망상 공간이 구축돼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후 그의 관심은 인류의 악마적 속성과 오컬티즘(신비주의) 쪽으로 선회했다. 상징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본능 에너지, 현실 감각을 획득하지 못한 재능이 낭비되는 사례를 보는 듯했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