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1. 00:04 어둑한 가을밤, 갑작스레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비가 쏟아진다. 허리에 뿔피리를 찬 목동과 속이 훤히 비치는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아가씨가 겉옷을 우산 삼아 비를 피해 황급히 달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가씨의 눈동자에는 불안이 가득한데, 그런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줄 모르는 목동은 지금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분간할 틈도 없이 그저 행복에 젖었다. 19세기 말, 프랑스 아카데미 화풍을 이어받은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Pierre Auguste Cot·1837~1883)는 1880년 이 작품을 파리 살롱에 전시했다. 눈 높은 평론가들은 진부하다 혹평했고, 또 다른 평론가들은 과연 이 남녀가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 소설의 주인공들인지, 아니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