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69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9] 쉽고도 어려운 일, 사과

조선일보 2021. 11. 29. 03:02 “당신이 날 원하게 하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1976년, 팝음악 사상 위대한 작사·작곡 콤비 중의 하나인 버니 토핀과 엘턴 존은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어려운 말 같아요’를 담은 두 장짜리 앨범 ‘Blue Moves’를 발표한다. 이 노래는 8분에 거의 육박하는 대곡 ‘Tonight’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지만, 빌보드 차트에선 6위에 그쳤고 홈그라운드인 영국 차트에서도 11위에 머무는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 https://news.v.daum.net/v/20211129030203334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9] 쉽고도 어려운 일, 사과 [강헌의 히스토리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8] IMF와 엘비스 프레슬리

조선일보 2021. 11. 22. 03:02 Elvis Presley 'Suspicious Minds'(1969) 1997년 오늘은 한국 경제를 ‘before’와 ‘after’로 나누는 역사적 분기점이 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외환 위기의 심화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수혈 자금을 요청했음을 발표한 날인 까닭이다. 기업의 파산과 헐값 매각이 이어졌고, 무엇보다도 고용시장의 안정성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이 터닝 포인트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후유증을 낳았으며, 계층적 양극화의 어두운 터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https://news.v.daum.net/v/20211122030251166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8] IMF와 엘비스 프레슬리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8]..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7] 석탄 그리고 광부의 삶

조선일보 2021. 11. 15. 03:01 Loretta Lynn 'Coal Miner's Daughter'(1971) 석탄은 3억년 이전의 고생대 식물들이 6000만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생성된 광물이다. 산업혁명기 훨씬 이전의 4세기부터 중국에서 연료로 쓰였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인류의 에너지는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한마디로 석탄은 인류 문명의 견인차나 진배없다. https://news.v.daum.net/v/20211115030113763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7] 석탄 그리고 광부의 삶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7] 석탄 그리고 광부의 삶 석탄은 3억년 이전의 고생대 식물들이 6000만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생성된 광물이다. 산업혁명기 훨씬 이전의 4세기부터 중국에서 ..

[유(윤종)튜브]'아다지에토'는 연가인가, 죽음의 음악인가?

동아일보 2021. 11. 09. 03:03 www.youtube.com/classicgam 유윤종튜브 듣거나 읽은 것보다 제 머리로 생각해서 발견한 것을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www.youtube.com 구스타프 말러가 1902년에 쓴 교향곡 5번 다섯 개 악장 중에서 네 번째 악장인 ‘아다지에토’는 매우 탐미적이고 도취적인 음악이다. 이 곡은 특히 인기가 높아진 계기들이 있었다. 하나는 1971년 발표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다.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영화는 한 예술가의 탐미적 의식과 파멸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작품이 말러의 아다지에토였다. https://news.v.daum.net/v/20211109030311432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6] 스테이크 그리고 호사

조선일보 2021. 11. 08. 03:00 Walker Hayes 'Fancy Like'(2021) 서양 육류 요리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스테이크는 고대 노르드어의 ‘굽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즉 ‘구운 요리’라는 말이 되겠는데, 한자에도 ‘칭찬을 받으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림’을 의미하는 회자(膾炙)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회(膾)는 ‘날것’을 말하고 자(炙)는 ‘구운 고기’를 말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구운 고기는 20세기 중반을 넘어설 때까진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 아닐 수 없었다. 호사를 누린다는 뜻의 영어 관용어구 ‘high on the hog’는 돼지의 맨 위쪽 등심 부위를 말하는 것이다. 19세기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유럽 이주민들은 미국 서민들이 거의 매일같이 소금..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5] 평화에게도 기회를

조선일보 2021. 11. 01. 03:01 John Lennon 'Give Peace a Chance'(1969)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존 레넌은 고뇌하는 로큰롤 귀족에서 행동하는 시민 지성으로 한 단계 더 진전한다. 당시 린든 존슨 정부의 베트남전 확전과 이에 저항하는 반전운동의 물결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레넌과 요코는 캐나다 몬트리올시 퀸 엘리자베스 호텔 1742호실의 침대 위에서 잠옷 차림으로 기타를 치며 ‘평화에게 기회를!’를 발표한다. https://news.v.daum.net/v/20211101030153206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5] 평화에게도 기회를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5] 평화에게도 기회를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존 레넌은 고뇌하는 로큰..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4] 소용돌이를 넘어선 샛별

조선일보 2021. 10. 25. 03:01 Tommy Roe 'Dizzy'(1969) 20여 년 전만 해도 ‘월풀(Whirlpool)’은 강남 부잣집의 상징이었다. 아직도 그 브랜드의 뜻인 ‘소용돌이’치는 욕조는 고급 숙박업소들이 내세우는 단골 마케팅 아이템이다. 1911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창립한 월풀 코퍼레이션은 이른바 100년 기업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이나 포드 자동차와 더불어 미국의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략)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금성사 시절의 이 캐치프레이즈는 LG 가전의 변치 않는 철학이 되었고, 그 정신이 숱한 도전과 응전을 치르며 마침내 월풀을 넘어선 것이다. “어지러워요/ 내 머리가 빙빙 도는 거 같아요/ 소용돌이처럼 돌고 결코 멈추지 않네요/ ..

[안종도의 음악기행 <55> 장 라신의 페드르, 라모의 오페라]-고대 그리스 신화 바탕....금지된 사랑과 파멸을 말하다

이코노미조선 417호 2021년 10월 25일 [안종도의 음악기행 장 라신의 페드르, 라모의 오페라]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두리번거리다 책장 한쪽에 놓여 있는 한 책에 유독 눈이 간다. 손으로 무심코 책을 꺼내어 한 장 두 장 넘겨본다. 태블릿PC의 차가운 유리를 두드려야 하는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보니 책장을 넘길때 마다 풍겨오는 종이 내음이 무척 마음에 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잡념이 점점 사라져 간다. 책은 곧 필자의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집어 삼켜버렸다. 허리와 목이 뻣뻣하게 굳어 아파올 때쯤 겨우 책에서 헤어나온다. 급히 계산을 마친 후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다시 책을 열어 그 세계에 빠져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책의 세계라기보다는 그 책에서 묘사하는 한 여인의 감정이다. 금지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