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69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7] 평화는 기적의 선물

조선일보 2021. 08. 30. 03:05 Queen 'The Miracle'(1989)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단 하나는 이 지구의 평화/ 바로 전쟁 종식이지/ 이건 기적이야, 우리는 기적이 필요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만든 이 노래 ‘기적’은 록밴드답지 않은 ‘건전 가요’라고 일부의 비아냥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복잡한 가계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평화와 공존을 꿈꾼 진보적 행동주의자 존 레넌을 평생 흠모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곡이야말로 프레디의 숱한 히트곡 중 최고의 노래라 꼽은 동료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언급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830030509659 [강헌의 히스토..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6] 소련도, 그리고 미국도

조선일보 2021. 08. 23. 03:06 키노 '혈액형'(1988) “당신들에겐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꼭 십 년 전 뉴스위크의 인터뷰에 응한 탈레반 간부 무자히드 라흐만의 확신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은 사실상 패배했다. 수도 카불은 1975년 베트남의 사이공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될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https://news.v.daum.net/v/20210823030631933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6] 소련도, 그리고 미국도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6] 소련도, 그리고 미국도 “당신들에겐 시계가 있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있다.” 꼭 십 년 전 뉴스위크의 인터뷰에 응한 탈레반 간부 무자히드 라흐만의 확신대로..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5] 태평양전쟁의 분기점, 미드웨이 해전

조선일보 2021. 08. 16. 03:00 Sabaton 'Midway'(2010) 우리에게 광복절은 ‘대일본제국’의 패전기념일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현직 대신 5명은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213만명의 태평양전쟁 전사자(이 중에는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들이 포함되어 있다)들의 위패를 품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1941년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시킬 때만 해도 일본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미 자신의 영토보다 14배나 넓은 아시아 지역을 점령했으며 서쪽으로는 인도를, 남쪽으로는 호주를, 그리고 동쪽으로는 하와이를 넘어 미국 서부 해안의 본토 상륙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https://news.v.d..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4] 꼴찌의 존엄, 스포츠의 품격

조선일보 2021. 08. 09. 03:04 Whitney Houston 'Greatest Love of All'(1985) ‘3월의 광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국 대학 농구 선수권전엔 재미있는 애칭이 있다. 1년 내내 지역별 리그를 거쳐 마지막 전국 본선에 진출한 64팀의 토너먼트에서 16강을 ‘Sweet Sixteen’, 8강을 ‘Elite Eight’, 4강을 ‘Final Four’라고 부른다. (결승 진출 팀이나 우승 팀에 대한 애칭은 없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크게 잘못이나 한 것처럼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울먹이던 시절이 있었다. 3-4위전에서 져서 동메달도 따지 못하면 기사거리조차 되지 않았던 적도 허다하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달라진 풍경은 스포츠를 바라보는..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3] 수영 종목엔 왜 흑인이 드물까

조선일보 2021. 08. 02. 03:03 Childish Gambino 'This is America'(2018)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 아무도 준결승에서 꼴찌 기록으로 올라와 8번 레인에 선 흑인 소년을 주목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열여덟 살 소년 아흐메드 하프나위는 우리나라의 박태환과 중국의 쑨양이 제패한 적이 있는 이 유서 깊은 종목에서 첫째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장거리에서 연속 정상에 오른 우사마 멜룰리에 이어 튀니지 두 번째 수영 금메달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802030328928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3] 수영 종목엔 왜 흑인이 드물까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2] 자전거의 꿈

조선일보 2021. 07. 26. 03:02 Queen 'Bicycle Race'(1978) 역사상 가장 조용한 올림픽이 치러지고 있다. 태풍까지 덮칠 예정이라고 하니 속출하는 코로나 감염과 올림픽 반대 시위에 더해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하계 올림픽은 어느덧 125년, 32회에 이르는 역사가 되었다.(1·2차 세계대전으로 3번이 무산되었으니 실제로는 29번 열렸다.) 올림픽엔 인간만이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승마 경기가 있으므로 인간 이외의 생명체로 말이 유일하게 올림픽에 참가한다. 비록 그들에게 메달은 주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린 종목은 몇 개나 될까? 답은 다섯 개. 이 중에서 몸만 쓰는 종목이 세 개, 도구를 사용하는 종목이 두 개다. 육상과 수영,..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1] 1964 도쿄 올림픽과 J-pop

조선일보 2021. 07. 19. 03:02 Sakamoto Kyu 'Sukiyaki'(1963) 근대 올림픽이 그저 세계적 규모의 ‘순수한’ 스포츠 이벤트라고 믿는 단순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올림픽을 부활시킨 최고 공로자인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부터 보불전쟁에서 자국에 패배를 안긴 프로이센의 올림픽 참가를 막았고, 여성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아 손녀한테도 비난받았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 완성, 국제 평화 증진’이라는 남작의 슬로건은 본인부터 모순적이었다. https://news.v.daum.net/v/20210719030258156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1] 1964 도쿄 올림픽과 J-pop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1] 1964 도쿄 올림픽과 J-pop 근대 올림픽이 ..

'국민 작곡가' 정치 등판했다, 엄청난 지지율 업고 [고전적하루]

중앙일보 2021.07.17 00:01 지지율이 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정치인이 됐습니다. 이탈리아의 국민 작곡가였던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오디오 콘텐트 ‘고전적하루’의 여섯번째 주인공입니다. 그의 뜨거웠던 출세작은 ‘나부코’였습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될 때 모든 이가 경탄했고, 이후 유럽의 극장을 휩쓰는 작품이 됐습니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습니다. ‘나부코’는 이탈리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다 왕국이 중동 아시리아의 침공을 받아 유대인이 바빌로니아로 강제 이주됐던 이야기가 배경입니다. 하지만 1840년대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로 봤습니다. 특히 유대인들이 고된 생활 중 고향을 그리워 하면 부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