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그때그일그사람 1795

[복거일의 이승만 오디세이] ‘피의 세례’에도 투표율 95.5%… 제헌의회 선거의 기적 이끌다

조선일보 2023. 9. 13. 03:07 수정 2023. 9. 13. 06:06 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 1948년 1월 한국에서 선거를 실시하는 일을 주관할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이 한국에 들어와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리아, 프랑스, 중국, 인도, 엘살바도르,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필리핀의 8국 대표들은 인도 대표 메논을 임시의장으로 뽑았다. 메논은 하지 주한 미군 사령관과 겐나디 코로트코프 러시아군 25군 사령관에게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코로트코프는 답신하지 않았고, 대신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 안드레이 그로미코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가 한국임시위원단의 북한 방문을 거부하자, 이승만은 즉시 남한에서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모던 경성]백석이 사랑한 ‘여름의 총아’ 맥고모자

조선일보 2023. 9. 9. 06:01 [뉴스라이브러리속 모던 경성]파나마 모자와 함께 인기, 모던 보이들의 여름 패션 소품 ‘여름!여름! 벌써 여름이다. 거리에는 맥고모자 쓴 사람들과 ‘파라솔’(여름우산)든 부인들의 왕래가 잦으니 바야흐로 맥고모자의 시절이오, ‘파라솔’의 시절이다.’(‘初夏가두풍경’, 조선일보 1930년5월9일) 100년 전 ‘맥고모자’는 여름의 대명사로 통했다. 여름철이 다가오면 이런 기사가 종종 실렸다.’비가 개이고 한 이틀 동안 바람이 불고나서는 날이 훨씬 풀리어 완연 여름날이 되었다 ▲어색해보이던 흰 구두며 맥고모자도 조금도 어색한 빛이 없이 아주 서늘해 보인다 ▲역시 이것도 때가 온 것을 말하는 것인데 때를 맞춰야할 것은 흰 구두에 맥고모자뿐이 아니라…'(‘색연필’, 조선일..

[신복룡의 신 영웅전] 홍범도 흉상이 설 자리

중앙일보 2023. 9. 7. 00:12 2018년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국론이 갈라졌다. 논문을 쓰거나 논쟁할 때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기도 어렵지만, 쉬운 문제를 어렵게 말하는 것은 더 난감하다. 이번 문제는 쉬운 것을 어렵게 대답하는 쪽이다. 질문은 간단하다. 지금 이 나라의 주적(主敵)은 일본인가, 북한인가. 그러면 육사의 건학 정신은 항일인가, 공산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인가. 창학 정신으로 볼 때 육사는 ‘항일 군정(軍政) 대학’이 아니다. 미국 육사에서도 ‘미국 10대 패전사’ 과목에서 ‘1950년 한국의 겨울 전쟁’을 필수로 가르치는데, 지난 정권 동안에 한국 육사가 한국전쟁사를 필수과목에서 제외했을 때 창학 정신은 무너졌다. 그들이 설령 북침설을 믿는..

박민식 "백선엽이 친일파면 문재인 부친도 친일파냐" [뉴시스Pic]

뉴시스 2023. 9. 6. 14:26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최근 '이종찬 광복회장이 백선엽 장군은 친일이 아니라고 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광복회가 박 장관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백선엽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한 건 특별법과 국가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라며 "그런데 장관은 백선엽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고, 광복회장이 공식 입장문을 냈는데도 그걸 부정하면서 사적 대화 내용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을 이어 갔다. 그러자 박 장관은 "진짜 밤새워 토론 하고 싶다"며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규정할 수 없다고 본다.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과 그 위원회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위원회고 당시 구성이 거의 10대 ..

학살 현장에 선 日청년들 “우리가 기억할 것”

조선일보 2023. 9. 4. 03:06 [日 관동대지진 100년… 묻혀진 조선인 학살] [6·끝] 2일 오후 2시 30분 일본 도쿄 변두리 스미다구에 있는 아라카와(荒川) 하천의 기네카와(木根川) 다리 아래 풀밭에 마련된 무대. 20·30대 일본인 젊은이 16명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 앞에서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목격한 일본인들의 증언을 낭독했다. “부모들과 아이들이 같이 줄지어 앉았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사이타마현의 전 순사 아라이 겐지로) 같은 목격담을 읽는 일본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때때로 떨렸다. “여인을 죽였다”(도쿄도 에토구의 가메이도경찰서에서 일하던 나환산 증언)는 증언을 읽자, 참가자 600여 명 사이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졌다. 100년 전인..

간토대지진 `조센징 사냥` 모른 체하는 韓日 정부[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디지털타임스 2023. 9. 1. 01:37 수정 2023. 9. 1. 01:47 언론 "조선인이 우물에 독 넣었다" 퍼뜨려 내무대신 렌타로, 조선인대책 세우라 지시 자경단, 경찰, 군인들 조선인 무참히 학살 한 번도 진상조사나 희생자수조사 없었다 증거 넘치는데 日정부 "학살 없었다" 발뺌 간토(關東) 대지진이 일어난지 9월 1일로 100년이 됐다. 100년전 대지진은 일본인은 물론이고 재일 조선인에게도 재앙이었다. 조선인들은 보는 즉시 참살됐고 시신은 강에 던져졌다. 정확히 얼마나 학살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사죄와 배상은 커녕 진상규명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번도 항의하거나 진상을 조사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대 미문의 제..

[신복룡의 신 영웅전] 의연하게 죽은 마리 앙투아네트

중앙일보 2023. 8. 31. 00:32 남자가 몰락하는 길이 있듯이 여인에게도 몰락하는 길이 있다는데, 사치와 교만과 천박함이다. 천박함은 무시를 겪지만 책 좀 읽으면 극복되고, 교만은 따돌림을 받지만 종교나 수양을 쌓으면 탈색되지만, 사치는 참으로 벗기 어려운 비난이다. 앙투아네트 왕비가 34만8000프랑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샀는데, 그 값은 그 시절 파리 중산층 5000가구의 1년 생활비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음해한 귀족의 말을 스위스 출신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혁명을 합리화하려고 그대로 『고백록』에 기록한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는 말도 혁명파가 지어낸 낭설이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궁..

[복거일의 이승만 오디세이] 한반도 운명 바꾸려…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다

조선일보 2023. 8. 30. 03:03 수정 2023. 8. 30. 06:28 ③ 얄타 회담 비밀협약 폭로 정치는 돈이다. 정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독립운동은 순수한 정치 활동이지만, 망명정부 지도자는 자금을 마련할 길이 마땅치 않다. 그것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지도자들을 짓누른 짐이었다. 1919년에 상해임시정부가 서자, 워싱턴에서 활동하던 이승만이 임시대통령에 뽑혔다. 그러나 상해의 정부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상해의 요인들은 대통령에게 상해로 와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승만이 수락하자, 상해 사정을 잘 아는 측근들이 반대했다. 상해 방문 요청은 그를 공격하기 위한 함정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정 오려면, 몇 만원의 비자금이라도 갖고 오시오” 하고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