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꽈리

바람아님 2014. 7. 17. 09:59

(출처-조선일보 2014.06.13 이준관 아동문학가)


꽈리

찡기 할매네 토담 안에
꽈리나무 많고
빨간 꽈리
주룽주룽 달렸고

찡기 할매 없는 새
하나 갖고파
가만가만
도근도근

사알금…
요것? 조것?
하다가
쪼르르
생쥐한테 놀라
쫓겨 왔다

꽈리는 못 따고
겁만
오드등
오드등.

―권정생(1937~2007)



꽈리는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씨를 빼고 아이들이 불며 놀았다. 
꽈리는 특별히 갖고 놀 것이 없던 시절에 불며 놀던 추억의 장난감이었다. 
꽈리는 짧은 통 모양의 꽃받침이 열매를 감쌌는데 그 모양이 마치 초롱처럼 곱고 예뻤다. 
그래서 누구나 따서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갖고 싶은 꽈리를 따러 갔다가 생쥐한테 놀라 그냥 돌아온 아이 모습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주룽주룽, 도근도근, 사알금, 쪼르르, 오드등, 이런 우리말들이 왜 이리 정겨운지! 
남의 꽈리를 몰래 따는 일이 나쁜 짓인 줄 알고 오드등 겁에 떠는 착한 아이의 마음이 왜 이리 예쁜지! 
이런 착한 마음 간직하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마음 그대로 간직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