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빨주노초파남보

바람아님 2014. 7. 19. 10:25

(출처-조선일보 2014.07.19 이준관 아동문학가)


빨주노초파남보


우리 교실은 빨주노초파남보
나리 옷은 빨갛고
하나 옷은 주황
미나 옷은 노랗다
서로 어우러져 무지개 같다

우리 집 식탁은 빨주노초파남보
시금치 나물이 초록이고
미역국은 파랑
가지 무침이 남빛이다
서로 빛깔을 뽐내는 게 꽃밭 같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은 빨주노초파남보
과일과 생선도 빨갛고 노랗고
산나물과 버섯은 보랏빛이고 남빛이다
신발은 빨갛고 그릇은 노랗다
다투어 예쁘다고 뽐내면서

별로 수놓은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모두모두 빨주노초파남보


―신경림(1936~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무지개 일곱 색깔을 기억하기 쉽게 앞 

글자만 따서 빨주노초파남보 하고 노래하듯 외우던 일이 

생각난다. 

소나기 지난 뒤 빨주노초파남보 외우며 바라보던 무지개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무지개가 고운 것은 일곱 색깔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색깔이었다면 무지개는 

그렇게 예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학교 교실의 아이들도 무지개 색깔처럼 입은 

옷도 다르고 재주도 다르다. 집 식탁의 반찬도 서로 다른 

빛깔이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색깔이 다르고 쓰임새가 다르다. 크고 작은 제각기 다른 별로 수놓은 밤하늘처럼 

세상은 모두모두 빨주노초파남보 색깔이 어우러져 살아가기에 아름다운 것이리라. 무지개처럼, 꽃밭처럼, 밤하늘의 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