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6. 14. 23:55 오래전 겨울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옛 직장의 신년 단합대회 행사였는데 모두 처음 가는 산이었다. 그중 한 명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그녀가 “지금 가는 길이 맞아요? 우리 제대로 가는 거 맞죠?”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번은 모두 “아마 맞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면 질문을 하는 그녀도, 우리도 모두 초행길이었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누구도 정확한 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등반 내내 재촉하듯 이 길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가는 일행의 얼굴에 점점 짜증이 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가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발생했다. 한 번도 앞서며 길을 찾지 않던 그녀에게 “아까는 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