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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s/ 서평]중국의 茶를 훔친 19세기 산업스파이

바람아님 2015. 3. 1. 09:27

(출처-조선일보 2015.02.28 김성현 기자)


	'초목전쟁'
초목전쟁|세라 로즈 지음|이재황 옮김|산처럼|320쪽|1만5000원

19세기 중반 영국은 아편전쟁 외에도 중국을 상대로 첩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1848년 항저우에 잠입하기 위해 변발(辮髮)을 했던 로버트 포천(1812~1880)은 중국의 차(茶) 
재배 기법을 훔치기 위해 영국 동인도회사가 비밀리에 파견한 '산업스파이'였다.

중국 하인이 녹슨 면도칼로 포천의 머리를 박박 긁어대자 그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나이프와 포크 대신 젓가락을 사용했고, 영어 대신 서툰 중국어로만 말해야 했다.

포천은 그렇게 3년간 중국의 차 산지를 누비고 다닌 끝에 씨앗 1만여개를 인도로 밀반출했다. 
중국인 차 생산 인력까지 빼내왔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영업 비밀 절도'로 꼽히는 이 사건을 통해 히말라야 산맥의 
인도 다르질링은 최고급 홍차 산지로 성장했다.
붓두껍에 목화씨를 숨겨온 고려 말의 문익점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었다.

미국 작가인 저자가 차에 초점을 맞춰 중국과 영국의 '문명 충돌' 과정을 추적한 책이다. 
'제국주의 침탈'이라는 이념적 잣대로 역사를 재단하는 대신,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으로 풍성하게 재구성한 솜씨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