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17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약이란 이름의 아이 약아(藥兒)가 젖은 아직 못 떼었어도 안고 어르기를 멈출 수 없건마는 藥兒 藥兒未斷乳(약아미단유) 饑飽稍能諳(기포초능암) 이정직(李廷稷·1781~1816) |
조선 후기 역관(譯官) 천뢰(天籟) 이정직(李廷稷·1781~1816)의 시다.
그의 맏아들이 역시 역관으로 유명한 이상적(李尙迪·1804~1865)이다.
둘째 아들 이상건(李尙健)이 세 살 때인 1814년에 지었다.
아명을 약아(藥兒)라 짓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젖먹이라도 배고프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고, 엄마에게 말을 배우더니 '별 하나 나 하나'를 셋까지 센다.
견딜 수 없도록 귀여워 품에서 떼어놓지를 않고 안아주지만 이젠 저도 세 살이라고 품을 벗어나 참새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아들이 한 번 웃기라도 하면 세상에서 겪은 온갖 힘든 일이 말끔히 씻겨나간다.
세 살 난 아들이 내게는 약이다. 그 어떤 약도 이보다 더 잘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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