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명(三溟) 강준흠(姜浚欽·1768~1833)이 일기를 쓰듯이 생활을 읊었다.
빗물이 쏟아지듯이 울어대는 새들의 지저귐에 늦잠을 깼다. 창문이 훤하다. 어제까지는 일찍 일어나 어둠을 몰아내려고 호롱불을 켜고 세수하고 공부를 시작하면 그제야 새가 울어댔다. 오늘 아침 습관이 깨져 늦게 일어나니 온몸의 감각이 낯설다. 밖에 나가보니 텃밭의 나물은 부드럽고 수면 위에 넓게 퍼진 연잎이 눈에 들어온다. 밥상에 올라온 반찬도 새롭고, 늘 마주 보던 성곽도 오늘따라 또렷하게 보인다. 세수도 하고 머리를 감고 나니 온몸이 개운하다. 아무도 없는 마루까지 깨끗하게 청소하여 깨져버린 리듬을 되살려놓고 역사책을 읽어야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의 출발이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