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정민의 세설신어] [163] 난득호도 (難得糊塗)

바람아님 2015. 5. 17. 08:55

(출처-2012.06.19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장호(張灝)가 고금의 경구(警句)를 새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에 
'총명하지 않을수록 더 쾌활해진다(越不聰明越快活)'란 구절이 나온다. 
똑똑한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한 번 더 가늠해 한 발 앞서 가려니 궁리가 늘 많다. 
이겨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금세 누가 뒷덜미를 채갈 것만 같다. 
좀 모자란 바보는 늘 웃는다.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는다.

얻고 잃음에 무심해야 쾌활이 찾아든다. 여기에 얽매이면 지옥이 따로 없다. 
똑똑한 사람이 그 똑똑함을 버리고서 쾌활을 얻기란 실로 어렵다. 
똑똑하면 꼭 똑똑한 티를 내야 하고, 조금 알면 아는 체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나대는 마음을 꾹 눌러 저를 툭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원스럽다.

청나라 때 서화가 정섭(鄭燮·1693~1766)의 글씨에 이런 내용이 있다. 
'총명하기가 어렵지만 멍청하기도 어렵다. 총명함을 거쳐 멍청하게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집착을 놓아두고, 한 걸음 물러서서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어찌 뒤에 올 복의 보답을 도모함이 아니겠는가?
(聰明難,糊塗難,由聰明轉入糊塗更難. 放一著,退一步,當下心, 安非圖後來福報也.)' 
멍청하기가 총명하기보다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것은 총명한 사람이 멍청하게 보이는 것이다.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호도(糊塗)는 풀칠이니, 한 꺼풀 뒤집어써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난득(難得)은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난득호도는 바보처럼 굴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다들 저 잘난 맛에 사니, 지거나 물러서기 싫다. 
손해 보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 
더 갖고 다 가지려다가 한꺼번에 모두 잃는다. 
결국은 난득호도의 바보정신이 이긴다.

'학산당인보'에는 '통달한 사람은 묘하기가 물과 같다(達人妙如水)'란 구절도 있다. 
물의 선변(善變)을 배워 지녀야 달인이다. 능소능대(能小能大), 어디서든 아무 걸림이 없다. '
선비는 죽은 뒤의 녹을 탐한다(士貪以死祿)'고도 했다. 
살아 내 배 불리는 그런 녹보다 죽은 뒤에도 죽지 않고 따라오는 녹, 후세가 주는 녹, 
떳떳하고 의로운 삶 앞에 주어지는 녹을 욕심낼 뿐이다. 
'입이 재빠른 자는 허탄함이 많고 믿음성은 부족하다(口銳者多誕而寡信)'란 말도 보인다. 
지혜를 감추고, 예기(銳氣)를 죽여라. 입으로 일어나 입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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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득호도 (難得糊塗)가 지극히 동양적인 처세술이라면,
반면에 서양적 사고에는 정반대론도 있다.



    "담론할 줄 모르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고
    
담론하려 하지않는 자는 편협한 자이며
    
담론할 용기가 없는 자는 노예이다"
(출처-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중 카네기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