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13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낙화
산은 절을 감싸 안고
돌길은 구불구불 올라가네.
구름이 감춰놓은
호젓한 골짜기를 들어서자
스님의 푸념 소리 들려오네.
"봄이라 일도 많네!
아침마다 절 문 앞에서
낙화를 쓸어야 하네."
題僧軸
山擁招提石逕斜(산옹초제석경사)
洞天幽杳閟雲霞(동천유묘비운하)
居僧說我春多事(거승설아춘다사)
門巷朝朝掃落花(문항조조소낙화)
휴와(休窩) 임유후(任有後·1601~ 1673)가 젊은 시절 산사에 올라가 지었다.
번잡하고 바쁜 일상을 벗어나 산사를 찾아 산행을 즐길 때가 되었다.
산이 절을 감싸고, 구름이 계곡을 숨겨놓아 뭔가 모르게 속인의 발길을 막는다.
가파른 돌길을 걸어 절 문에 들어서자 스님의 푸념 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봄이 되니까 정말 바쁘네. 웬 놈의 꽃은 이렇게 많이 진담. 아침마다 쓸기 귀찮아 죽겠네."
산사도 속세와 다를 바 하나 없고, 스님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한가로운 느낌이 밀려오며 마음이 맑아지는 걸까?
낙화를 빗질하느라 바쁘다는 푸념이 복에 겨운 소리로 들려온다.
가끔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에 마음을 맡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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