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86] 公務 수행의 자부심 고취

바람아님 2015. 5. 23. 07:14

(출처-조선일보 2015.05.23 정경원 카이스트 교수·산업디자인)

다양한 부처로 구성된 정부의 로고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전 세계 220여개 나라의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정부다움'을 유지하려고 한 가지 모티프를 부각시킨 단일 로고를 고집하면 부처 간의 
차별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조롭게 되기 십상이다. 반면에 부처별 특성을 반영하여 개성을 살리려다 보면 일관성이 없어질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부처마다 제각기 다른 로고 디자인을 허용하던 영국 정부는 품격이 없고 
산만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 왕실의 문장(紋章)을 모티프로 새로운 
'정부 아이덴티티 시스템(Government Identity System·GIS)'을 도입했다.

	프랑스 정부의 GIS. 정부를 상징하는 마리안 로고 아래 국방부·외교부 등 각 부처의 명칭을 병기하고 있다. 디자이너 미상, 1999년.
프랑스 정부의 GIS. 정부를 상징하는 마리안 로고 아래 국방부·외교부 등 
각 부처의 명칭을 병기하고 있다. 디자이너 미상, 1999년.
모든 면에서 자유분방한 것처럼 알려진 프랑스도 중앙정부의 정체성은 아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파랑(자유), 하양(평등), 빨강(박애)의 삼색(三色) 국기에 
자유의 여신을 의미하는 '마리안(Marianne)'의 옆모습이 표시된 로고는 오직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에 소속된 기관들만 사용할 수 있다. 
1999년 프랑스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디자인된 '마리안 로고'는 국기의 단정하고 
긴장된 분위기와는 달리 역동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각 행정부처의 로고는 
마리안 로고의 밑에 명칭을 표기하여 누구나 한눈에 중앙정부 소속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알 수 있다. 
정부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사용하는 공무원들은 자긍심이 아주 높다.

이렇게 단일화된 정부 로고를 사용하는 나라로는 네덜란드·독일·캐나다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의 로고가 무궁화를 모티프로 단일화되어 있었으나 언젠가부터 부처별로 제각기 다른 로고를 사용함에 따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정부에서 새로운 GIS를 도입한다고 하니 그 성과가 자못 기대된다. 우리 국가 브랜드의 격을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