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10 김태익 논설위원)
팝스타 마돈나와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한 사람은 옷 벗는 걸 즐기는 대중 연예인이고
한 사람은 혁명을 꿈꿨던 사회주의자이자 삶의 고통을 예술로 달랬던 페미니스트 화가다.
그런데 칼로 작품의 손꼽히는 컬렉터가 마돈나다.
마돈나는 칼로 그림이 경매에 나오면 수백만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그림이 도발적이고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돈나가 소장품 중 특히 자랑한 칼로의 그림이 있다.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이다.
어제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프리다 칼로' 전시회에서 같은 제목의 그림을 봤다.
흰색 멕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칼로가 나뭇잎 사이에 있는 네 마리 원숭이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칼로의 '원숭이…' 자화상 몇편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두 눈이 보는 이 마음을 꿰뚫는 것 같으면서도 슬픔을 담은 듯 복잡하다.
▶전시에는 칼로의 자화상이 여섯 점 나와 있다.
앞에 서면 "아~ 이거" 할 만큼 눈에 익은 작품들이다. 칼로는 143점의 그림을 남겼다. 그중 55점이 자화상이다.
렘브란트도 80여점의 자화상을 그렸지만 전체 작품 가운데 자화상의 비중을 보면 칼로가 지지 않는다.
초상화의 영어 portrait는 '끌어내다' '드러내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왔다고 한다.
칼로의 내면에는 그만큼 드러내고 분출시키고 싶었던 것이 많았나 보다.
▶"내 인생에 두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전차(電車)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디에고이다."
1925년 열여덟 살 칼로가 타고 가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했다.
왼쪽 다리 열한 곳이 골절됐고 버스 손잡이 철제 봉이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했다.
칼로는 일생 척추 수술 일곱 번을 포함해 서른두 번 수술을 받았다.
1928년 결혼한 디에고 리베라는 스물한 살 연상의 멕시코 최고 화가였다.
칼로는 리베라를 죽도록 사랑했지만 리베라는 타고난 바람둥이였다.
칼로의 여동생과도 관계했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힘겨움이 칼로를 창작에 빠져들게 했다.
▶'프리다 마니아'라는 말이 있다. 옷차림, 헤어스타일, 장신구에서 짙은 눈썹에 이르기까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해
따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끌어당기는 진정한 힘은 이런 것만이 아닐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늘 칼로 전시회가 열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비극적 인생 속에서 불태운 예술혼이 그만큼 큰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다.
블로그내 관련글 - 1.한국서 처음으로 열리는 프리다 칼로전
2.[프리다 칼로展] 분노·고독이 빚은 天才의 자화상(조선일보 2015.06.09)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2015년 6월 6일부터 9월 4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1만3천원, 중·고교생 1만원, 어린이 6천원
전시 홈페이지, 02-801-7955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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