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6-15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물도 상품이 됐다. 값도 천차만별이다. 석유보다 비싼 지구 건너편 알프스생수가 들어오는가 하면 지역별로 청정브랜드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대로 커졌다. 연간 10% 안팎의 고성장세라니 연간 1조원 시장도 머지않았다.
그래도 일상의 생활용수는 말 그대로 ‘물값’이다. 한국의 수돗물은 식수로도 나쁜 편이 아닌데, 값이 ㎥당 660.4원(2013년·전국평균)이다. ㎥당 849.3원인 생산원가에도 훨씬 못 미친다. 공공요금이라는 수돗물값에는 김선달 시대의 물값 관념이 남아 있는 셈이다. 지자체들의 밑지는 계산 덕에 물값은 아직 국제적으로도 싼 편이다. ㎥당 일본이 1277원, 미국 1540원, 프랑스 2521원, 영국 2543원, 독일 3355원, 덴마크 4157원이다.
하지만 서로 눈치만 볼 뿐 어느 시·도인들 선뜻 정당한 값을 매기려 들질 않는다. 1조3000억원으로 늘어버린 상수도 부채도 언젠가, 누군가가 갚아야 할 비용이다. 그래도 전기·지하철 요금처럼 코스트 개념이 작동 않는 영역이다. 내 임기 중엔 인상하지 않겠다는 단체장들의 인기영합적 님트(NIMT·not in my term) 현상도 한몫했다. 그나마 부산 대구 광주 제주가 올해부터 매년 3%씩 올린다니 비용구조는 아는 모양이다.
원가로 보면 수돗물이 실상 상당부분 수입품이란 점도 간과된다. 물만 국산일 뿐 정제하고 수도관을 설치해 보내는 모든 과정에 필수적인 에너지 자체가 수입품이다. 온수가 달러로 데운 물인 것과 같다. 장기간의 가뭄에도 아직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콸콸 쏟아지는 ‘유비쿼터스 수돗물’이 된 데는 댐과 보 건설 등 가려진 코스트도 많다. 이 점만 잘 인식해도 가뭄의 교훈은 충분하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가뭄 르포> "하늘만 쳐다보다 농사 포기할 판"
연합뉴스2016-6-16
논바닥 갈라지고, 밭작물 타들어가고, 제한급수 늘고
"새끼 같은 이 것들을"…경북북부 농민들 한숨
"비 같은 비가 내린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농사 포기해야 합니까?"
경북 안동시 풍산읍 죽전리 속칭 대밭골에서 농사를 짓는 권기원(65)씨는 모내기를 마친 논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달 중순께 모내기를 한 9천여㎡ 논에는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모가 모두 말라죽기 직전이다.
지난 13일 오후 몇 분 동안 소나기가 내렸으나 해갈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논 바닥은 쩍쩍 갈라졌다. 일부 논에는 바람만 불어도 흙먼지가 날릴 만큼 물기가 말랐다.
↑ 갈라진 논 (화성=연합뉴스) 가뭄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마른 논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채인석 화성시장 등 공무원들이 급수 차량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2015.6.15 << 기호일보 제공 >>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
↑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 (안동=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의 한 논바닥이 최근 계속된 가뭄으로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졌다. 2014.7.14 <<안동시>> duck@yna.co.kr
↑ "원래는 하천인데…" 바닥 드러낸 낙동강 지류 내성천 (예천=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계속된 가뭄으로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도정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바닥을 드러냈다. 2015.6.16 leeki@yna.co.kr
장마 때가 다가오지만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대기 작업으로 피로감은 날이 갈수록 쌓여간다.
올해 농사를 그만 포기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들 정도이다.
그러나 권씨는 "새끼 같은 이 것들을…"이라고 되뇌며 물 대기를 계속했다. 이미 모내기와 파종을 마친 벼와 고추는 어떻게 해서든 수확은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권씨는 예년 같았으면 모내기를 한 뒤 콩·수수 등 작물도 파종했다. 그러나 올해는 쌀과 고추 농사에 집중하고 나머지 작물은 포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날마다 아침 논과 밭 주변에 있는 지하수 관정에 양수기를 연결해 물을 퍼올리고 있지만 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년에는 한낮 땡볕더위를 피해 이웃한 논과 밭의 농민들과 그늘에 모여 함께 새참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며 피로를 잊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광경은 찾아볼 수 없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농작물에 주려고 쉬는 것을 잊은지 오래됐다.
가뭄이 심해지자 권씨는 처음에 1대만 가동하던 양수기를 이제 3대로 늘렸다. 관정 수위가 낮아지고 물을 공급해야하는 농지 면적이 늘어 양수기 3대를 릴레이 형식으로 연결해야만 그럭저럭 물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리던 비가 오기 전에 관정이 말라붙을 것만 같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많은 농민은 권씨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찾은 안동시 북후면의 농촌마을. 마을 앞의 논들은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갈라진 잿빛 논바닥에 말라죽기 직전의 모가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논 주인은 빨리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지 마른 논에 물대는 것도 포기한 듯했다.
낙동강 수계의 가뭄으로 경북을 대표하는 안동호와 임하호도 상류지역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낙동강을 따라 있는 농가 대부분이 농사를 포기해야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뭄과 싸움은 경북북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울진군, 봉화군 등에서는 사람이 먹을 물이 부족한 곳도 생겼다.
5월말 기준으로 지난 30년 평균 강수량이 383㎜인 울진에는 올해는 174㎜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울진군 북면 덕구 2리, 쌍전 1리, 기성면 황보 2리 등에 사는 30여가구는 매일 10t씩 비상급수를 받고 있다.
울진읍, 금강송면 등 주민들은 용수부족을 해결하려고 최근 관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울진읍, 죽변면 등은 15일부터 하루 4시 30분씩 단수에 들어갔다. 울진군은 단수로 지역 주민 7천가구 2만2천여명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도 지난달말부터 하루 2차례씩 마을을 찾는 소방차에서 생활용수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봉화군은 산간지역인 탓에 천수답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가뭄 피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심각한 용수부족으로 모내기가 어렵게 된 상운면 주민들은 인접한 영주시 평은면에서 물을 얻어 쓰기로 했다.
주민들은 영주시 평은면에 설치된 집수정에서 물을 끌어울 수있도록 200m 규모의 관로를 묻는 공사를 했다.
예천군의 한 마을에는 하천을 흐르던 물이 모두 말라 모내기를 하지 못한 집이 한 집 건너 한 집인 곳도 있다.
게다가 고추, 담배 등 밭작물도 시들음 피해가 발생하는 등 타들어갈 조짐이다. 경북도내 농작물 시들음 피해 면적은 463㏊에 이른다. 이 가운데 벼 151㏊, 고추 85㏊, 담배 36㏊, 기타 175㏊ 등이다.
지역별로는 안동이 180㏊로 가장 많고 영주 104㏊, 울진 85㏊, 예천 23㏊ 등이다.
안동시를 기준으로 의성군, 군위군 등 남쪽지역은 그나마 안동이나 봉화보다는 가뭄에 따른 고통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이 지역 농민들도 물이 부족해 올해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이다.
15일 오전 찾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세촌리와 봉양면 문흥리. 낙동강 지류인 소하천을 끼고 있어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수확을 앞둔 마늘밭과 이미 마늘 수확을 마치고 모내기를 한 논이 섞여 눈에 들어왔다.
논두렁을 따라 만든 콘크리트 농수로에서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흐르는 물의 양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농부들은 전했다.
이곳에서도 이미 모내기를 한 농부들은 그나마 한 걱정을 덜었다. 그렇지 않은 논 주인은 여름 농사 걱정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흥리 마늘밭에서 만난 한 70대 농부는 "3∼4월에는 그래도 가끔 비가 와 마늘농사는 그럭저럭 마쳤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며 "빨리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확보하지 못해 모내기를 포기하거나 모내기를 했더라도 모가 말라죽는 논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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