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6-23
북한의 참혹한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해 기록하고, 반(反)인도적 범죄의 책임 소재를 규명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오늘 서울에 문을 연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3월 북한 인권 침해의 책임이 김정은 3대에 걸친 세습정권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오늘 인권사무소 개소 역시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을 규명할 현장 기반 조직을 설치하라는 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유엔은 탈북자 등을 상대로 북한 정권이 자행한 심각한 인권 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최전방’으로 서울을 택했다. 어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과 동아일보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의 의미와 시사점’을 주제로 연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성한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인권사무소 설립이 북한의 핵, 군사도발에 비해 주변에 있던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외교안보 사안으로 상승시키는 게임 체인지(Game Change)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어제 유엔 인권사무소 개소를 트집 잡아 다음 달 열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것은 인권 문제야말로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임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는 방역 능력이 취약한 북한이 메르스 전파를 우려해 불참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인권기구가 지척에서 활동하는 데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상당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9월 “북한의 반발이 두려워 북핵과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을 우리가 외면하는 것은 김정은 독재정권의 반인륜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여야가 10년이 넘도록 북한인권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유엔과 국제사회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 주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분명한 원칙을 세워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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