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사설] 남북관계 개선, 적극적 의지가 중요하다

바람아님 2015. 6. 17. 08:19

한겨레 2015-6-16

 

북한이 꽉 막힌 남북관계의 변화를 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북쪽 진의에 대한 판단에 매달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북쪽이 지난달 11일 중국 쪽 국경지역으로 '불법 입국'한 우리 국민 2명을 17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북쪽은 15일 낸 이례적인 '정부 성명'에서도 '(남북)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물론 북쪽은 조건을 달았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남북 사이 접촉·왕래와 교류·협력을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철폐, 비방·중상 중단,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북쪽이 늘 요구해오던 것이어서 이전과 달라진 부분을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쪽은 지금 소극적이긴 하지만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찾으려고 남쪽 반응을 떠보는 것 같다.

북쪽 성명에 대해 정부가 즉각 '(북쪽은)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응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뜻을 밝힌 것은 섣부르다. 북쪽으로선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되면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해 가을 거의 성사 단계까지 갔던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주된 요인은 대북 전단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우리에겐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북쪽에는 중요한 이런 사안에 대해 정부가 먼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만나서 얘기하자'고만 할 게 아니라 문제 해결 의지를 더 분명히 한다면 북쪽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있다. 남북의 축제가 됐어야 할 6·15 선언 15돌 기념 공동행사는 이뤄지지 못했고 8·15 70돌 공동행사도 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4차 핵실험이 시도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북-미, 미-중, 중-일 등 다차원적 대결 관계가 고착될 가능성도 적잖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게다가 남북관계 개선을 꾀할 시간이 많지 않다. 8월 중순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고 가을에는 북한 노동당 창당 70돌이 있어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기가 쉽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남쪽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의 형태와 수준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