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노트북을 열며] 싸우다 지치면 친구가 되려나?

바람아님 2015. 6. 8. 10:01

중앙일보 2015-6-8

 

북한이 지난달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한국도 이에 질세라 지난 3일 북한 지역 전체를 사정권으로 둘 수 있는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는 다음 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반공화국 미사일 발사 소동’이라고 비난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모였던 6월이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일 몽골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의 제43차 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반대로 정회원 가입이 무산됐다. OSJD는 유라시아 철도 운송을 총괄하는 기구다. 정회원이 28개국으로 만장일치제로 운영돼 회원국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의안이 부결된다. 한국의 OSJD 정회원 가입 불발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은 힘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국은 지난 4월 체코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한국의 정회원 가입 안건이 북한을 포함한 2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장관회의 의제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처음엔 반대하다가 OSJD 사장단 본회의에서 반대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공식 의제로 받아들여졌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 문제로 남북이 티격태격하던 때라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고수석</br>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고수석/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하지만 한국은 OSJD 정회원 가입 표결 하루 전날인 3일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이에 OSJD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북한 대표가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OSJD 가입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분단 70년 동안 남북한 간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야 이번뿐이겠냐마는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다.

 

 마오쩌둥(1893~1976)은 사망하기 7개월 전인 1976년 2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1913~94)을 만났다. 마오쩌둥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닉슨에게 “우리는 수십 년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원수처럼 지냈다. 원수진 집안이 아니면 머리 맞대고 의논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마오쩌둥은 계속해서 “원래 싸우다 지치면 친구가 되는 법이다. 서로를 위해 건배하자”며 힘겹게 말했다. 이에 닉슨도 마오쩌둥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하며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다. 등산하듯이 한 발 한 발 기어오르면 된다”고 화답했다.

 

 미·중은 6·25전쟁 이후 적대관계를 유지하다가 72년 2월 닉슨의 전격적인 방중으로 화해했다. 22년 동안 원수처럼 지내다 지친 뒤였다. 닉슨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헨리 키신저다. 그가 본 미국 외교는 일찍이 조지 케넌(1904~2005)이 『미국 외교 50년』이라는 고전적 명저에서 비판했듯이 이상주의·도덕주의·법률 만능주의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국익을 앞세운 현실주의 정치를 미국 외교에 접목시키려고 했다. 그것이 미·중 데탕트(긴장완화)였다. 남북한은 70년을 싸우고도 친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칠 때도 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그 현실이 우리에게 버겁기 때문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