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7-15
사실 미국의 실업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 가까이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달 5.3%까지 낮아졌다. 제로 금리에 이은 수년간의 양적완화로 경제가 되살아난 덕이다.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의 유턴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대기업들이 고용 캠페인에 나선 것은 청년 실업 때문이다. 미국의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19.5%에서 12.1%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상회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을 통한 불평등 완화와 사회통합까지 고려하는 미국 대기업의 성숙한 자세가 엿보인다. 고용 대상은 일자리가 없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16~24세 청년 560만 명이다. 이들에겐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훈련 기회까지 주어진다.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셈이다.
한국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지 오래다. 올 청년실업률은 9.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때(5.3%)를 훨씬 뛰어넘는다. 젊은 층은 지금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를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를 막기 위해 경제를 살리고 고용 시장을 키우는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경제의 주역인 기업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 투자 규모나 기부 액수에 못지않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초점을 고용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이 날로 고도화·자동화되고 기업의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한국은 벌써 10년 가까이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도 따가워졌다.
물론 노동계도 협조해야 한다. 청년 고용을 늘리려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위 근로자들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임금피크제와 같은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그래도 고용 문제에서 이니셔티브를 쥔 것은 역시 기업이다. 2013년 236명이던 채용 인원을 지난해 370명, 올해 500명으로 늘린 KB국민은행과 같은 기업이 있지만 아직은 소수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험을 시작하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룰이 바뀌고 있다. (청년 고용 캠페인은) 우리 회사의 인력은 물론 미국 경제도 강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시민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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