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2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달밤에 탁족하기 창포만큼 장수에 좋은 것이 | 月夜濯足 曾聞濯足敵昌陽(증문탁족적창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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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년 여름에 정학연(丁學淵·1783 ~1859)은
'더위를 물리치는 여덟 가지 방법(消暑八事)'이란 여덟 수의 시를 썼는데 마지막이 바로 이 시다.
아버지 정약용이 같은 주제로 시를 쓰자 자기도 차운하여 쓴 것이다.
달이 밝게 떠오르자 집 가까이 있는 한강으로 나가 발을 담근다.
묵은 때를 벗기고 세상사에 찌들었던 마음까지 씻어낸다.
강에 사는 백로나 마름풀에는 정말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강물에 발을 담갔다 빼니 나도 사다새고, 때를 씻어 하얘지니 내가 곧 신선이다.
나도 강의 일부가 된 듯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황금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떠다놓고 방 안에 앉아 발을 씻는 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이 이 맛을 알까 모르겠다.
'돌을 꾸짖어 양을 만든 것'이란 질석성양(叱石成羊)의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게시자 추가 자료 -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8가지 피서법>
송단호시(松壇弧矢) 괴음추천(槐陰鞦遷) 허각투호(虛閣投壺) 청점혁기(淸簟奕棋) 서지상하(西池賞荷) 동림청선(東林聽蟬) 우일사운(雨日射韻) 월야탁족(月夜濯足) |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탁족하기 |
'강세황의 송도기행첩-태종대' 중 "탁족 부분 확대"
탁족도를 모아놓은 "조선중기 탁족도(濯足圖)"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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