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0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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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순조 연간의 시인
농오(農塢) 정언학(鄭彦學)이 썼다.
서울에서는 유득공이나 김려, 권상신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그러나 생계가 늘 그의 발목을 잡아서
마음은 서울에 둔 채 몸은 논밭에
묶여야 했다. 농촌 한 귀퉁이에 초가를
장만하고 보니 달팽이집(와옥·蝸屋)이
따로 없다. 땅이 생긴 대로 돌계단을
만들고, 무궁화 울타리를 쳤더니
제법 정원 꼴이 갖춰졌다.
날이 저물어 채소밭을 둘러보러 나갔다.
드문드문 나타난 반딧불은 콩잎에 붙어
숨어버리고, 여태 남아 있는 나비는
무꽃에만 앉으려 한다.
어느 순간 어둠이 깔린 숲 위로 둥근
달이 솟아오른다.
외진 곳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등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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