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89] 디자인 아이콘이 된 꽃병

바람아님 2015. 8. 21. 07:19

(출처-조선일보 2015.08.21 정경원 KAIST 교수·산업디자인)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89] 디자인 아이콘이 된 꽃병


알토 사보이 꽃병,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아이노 마르시오, 1936년. 높이: 오리지널은 140㎜이나 후에 여러 규격으로 다양화됨.
알토 사보이 꽃병,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아이노 마르시오, 1936년. 
높이: 오리지널은 140㎜이나 후에 여러 규격으로 다양화됨.

핀란드의 헬싱키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노라면 단연 눈길을 끄는 상품이 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알토 꽃병(Aalto Vase)'이다. 
1930년대를 풍미하던 유기적 모더니즘의 대명사로 간주되는 이 유리 꽃병은 
요즘도 핀란드에서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상거래에서도 인기 품목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핀란드의 '국민 그릇'이라고도 불린다는 이 꽃병은 
각기 다른 크기·색채·소재로 제작돼 가격대가 다양하므로 각계각층 소비자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꽃병의 유려한 형태에 대해서도 갖가지 스토리가 호기심을 부추긴다. 
먼저 호수 가장자리 형태를 상징한다는 것인데, 
18만개가 넘는 핀란드 호수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침식되는 과정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주민인 에스키모 여인들이 입던 가죽 치맛자락의 주름을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이 꽃병을 디자인한 사람은 핀란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와 그의 첫 부인 아이노 마르시오다. 
1936년 그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꽃병은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상을 받았으며, 
그 이듬해에는 핀란드 일용제품 회사인 이탈라(iittala)의 브랜드로 파리세계박람회에 출품돼 큰 호응을 얻었다. 
종래 꽃병들이 정형화된 형태에 안주하던 것과 달리 모양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꽃을 꽂기도 편리하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는 헬싱키에 새로 생긴 사보이 호텔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문 제작해 사용함에 따라 
'사보이 꽃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꽃병은 숙련된 장인이 녹은 유리 덩어리에 입김을 불어넣어 가며 빚어내는데 무려 12가지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16시간이나 소요된다. 엄청난 투자와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건물이나 첨단 제품도 아닌 유리 그릇이 
세계적인 디자인 아이콘이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게시자가 추가한 이미지>






70년 사이에 작아진 핀란드의 호수 이미지와 체코 디자이너 

얀 츠트베르트니크(Jan Čtvrtník)의 변형된(재해석한) 사보이 화병(Droog Aal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