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8-29
▷서울시향 사태는 박 전 대표와 사무국 직원들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됐다가 여성 최고경영인 대 스타 지휘자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져갔다. 지난해 12월 초 시향 직원 17명은 박 전 대표가 폭언을 일삼고 회식 자리에서 남성 직원의 신체 부위를 더듬었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는 반박에 나섰고 정 감독이 직원들 배후라고 주장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자진사퇴했고 경찰 조사를 받은 끝에 이달 11일 강제추행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와중에 정 감독을 겨냥해 시향에서 지급한 항공권을 아들과 며느리가 사용했다는 것 같은 잡다한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정 감독을 고발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음악계에서는 한국이 배출한 거장 지휘자를 엉뚱한 트집을 잡아 망신 주고 있다며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6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어온 정 감독의 지휘봉 아래 지난해 유럽 4개국 주요 음악축제 초청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아시아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주목받는 만큼 과보다 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향 내분으로 인한 여진과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4월로 예정됐던 미국 투어가 무산된 것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등도 정 감독과 연관된 사태를 보도했다. 올해로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바뀐 지 10주년을 맞는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아직 멀기만 한데 서울시향이 휘청거리는 모습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떠나는 모양새도 씁쓸할 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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