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하필이면 이여자를 사랑하게 됐을까.
남자는 가끔 쓸쓸한 얼굴로 생각했다.
여자는 자주 여행을 떠났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때로는 언제 돌아올 것인지도 말도 않은 채
떠났다가 문득 내일 몇 시 비행
기로 도착할 것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남자는 왜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냐고
묻지 못했고.
왜 문득 돌아오는 것이냐고도 묻지못했다.
그 질문이 새장의 문을열어 새를 날아 가게 할까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매 번 질문들을 가슴에 눌러놓은 채
애써 웃는 얼굴로 마중을 나가
여행은 즐거웠냐고 물을 뿐이었다.
어느 날 여자가 또 말했다.
다시 여행을 갈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남자를 여자는 물끄러
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자에게 물었다.
거기까지야?
나에게 더 할 말은 없어?
남자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동자 안에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불안하고 우울한 표정
본래 이런 얼굴이었던가.
남자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왜 너는 보통의 남자와 다른 것이냐고
여자는 다시 물었다.
연인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가서 무엇을 할 것이고,
언제 돌아올 것인지, 보통은 그런 것들을
묻는 법이 아니냐고.
실은 나도 궁금했다고 남자가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는 대답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남자가 그 동안 좀 섭섭
했다고,그리하여 두 사람은 마침내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남자는 털어 놓았다.
묻고 싶었지만 너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내 질문들이 구속이 되어 너를 불편하게
할까봐 침묵했다고, 여자는 남자의 흩어진
앞머리를 가지런히 해주며 말했다.
네가 주고 싶은 것과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우리 서로 꼭 같았구나.
아무것도 묻지 않기에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남자인 줄 알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존중해주고 싶어서조용히 있었는데,
나중에는 섭섭해졌다며
여자는 웃었다.그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우린 오늘 또 하나를 배웠네.
사랑에 있어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인 것 같아.
남자도 웃으면서 질문했다.
그 동안 어디를 그렇게 다녔던 것이냐고.
남자의 어깨에 기대 여자는 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이 불편하여, 혹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다른 곳인가 하여 그곳을 찾으러 다녔는데
이제는 그만 다녀도 될 것 같다고.
이곳이 불편했던 게 아니었어.
솔직하지 못한 것이 불편한 것이었어.
오늘 여기 참 좋아.
어깨 위로 전해지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남자는 믿음 하나를 갖게 되었다.
새장의 문을 열어둔다고 해도,
행복한 새는 날아가지 않을 것이라는것을.
- 글/정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