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9.12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모두 11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세제·금융지원까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미흡하다. 주택 거래만 늘었을 뿐 정작 중점을 둬야 할 서민의 주거 안정은 되레 뒷걸음쳤다. ‘전세 난민’이 늘어나고 급등한 월세를 내느라 서민의 등골이 휘고 있다. ‘미친 전셋값’이 소비와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면서 급기야 ‘전셋값 망국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 대응은 핵심을 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역 전셋값은 64주 연속 올랐다. 마침내 서울에서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전셋값 상승은 월세로의 전환→가계 빚 증가→소비 침체→경기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이클이 부동산 시장과 나라 경제를 회복 불능으로 망가뜨릴 때까지 무한 반복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 일자리 감소, 소득 분배 악화에 이어 전셋값을 경기 침체의 4대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미친 전셋값’의 충격은 이미 넓고 깊게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6월 가계의 월세 지출은 평균 7만3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600원)보다 21.8% 급등했다. 덩달아 올 2분기 가계평균소비성향도 71.6%로 추락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병을 고치려면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강화도조약(1876년) 직후 개항과 도시화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연 발생해 150년을 이어왔다. 1년 단위로 집값의 50~80%를 냈던 전세는 두 가지 신화를 먹고산다. 하나는 부동산 불패 신화요, 또 하나는 고금리다. 둘 중 하나라도 작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두 신화는 모두 깨졌다. 전세의 종말→월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빠르다. 요즘 전·월세 물량 10개 중 5.5개는 월세다. 4년 전엔 10개 중 3개였다. 내년엔 10개 중 6~7개가 될 전망이다. 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사실 웬만한 대책은 다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부터 분양주택 축소와 임대주택 확대까지 총망라됐다. 그런데도 약발이 안 듣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사상 초유의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워낙 빨리 닥쳤다. 정부는 그럼에도 뒷북 대응에 급급했다. 문제는 임차인(수요자) 쪽에서 생겼는데 정부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촉진책이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 임대인(공급자)에 대한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되레 전세난을 부추기기 일쑤다. 용산 뉴스테이는 임대료가 최고 월 186만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런 대책으론 애초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행복주택이나 준공공임대주택 등 서민용 임대주택 대책이 있긴 하지만 특정 계층에 국한되고 공급 물량도 적어 역시 서민 주거 대책으론 역부족이다.
발상부터 확 바꿔야 한다. 전·월세 대책을 단순 주거 문제가 아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진국치고 서민 주거 문제 해결 없이 복지국가 진입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전체의 80%가 공공주택이며 월 4000싱가포르달러 이하 저소득층에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장기 대책 외에 단기 대응도 시급하다. 임대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리자는 ‘9·2 부동산 대책’은 방향은 맞지만 2% 부족하다. 당장 숨 넘어가는 환자에게 소식·운동 같은 장수 비결은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우선 주택공급 정책의 초점을 임차인(수요자)에 맞춰 다시 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도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직접 가격을 규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는 “(전셋값 폭등 등)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만 할 게 아니다. 이미 전셋값은 매매 가격을 웃돌고 있다. 여기서 오르면 얼마나 더 오르겠나. 선진국처럼 지역임대료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적정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미친 전셋값이 주는 충격과 부작용은 우리 경제를 이미 뇌사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필요하면 모르핀과 수술도 동원해야 한다. 이러다 이 정부도 임기 5년 동안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까 두렵다.
서울 지역 전셋값은 64주 연속 올랐다. 마침내 서울에서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전셋값 상승은 월세로의 전환→가계 빚 증가→소비 침체→경기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이클이 부동산 시장과 나라 경제를 회복 불능으로 망가뜨릴 때까지 무한 반복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 일자리 감소, 소득 분배 악화에 이어 전셋값을 경기 침체의 4대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미친 전셋값’의 충격은 이미 넓고 깊게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6월 가계의 월세 지출은 평균 7만3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600원)보다 21.8% 급등했다. 덩달아 올 2분기 가계평균소비성향도 71.6%로 추락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병을 고치려면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강화도조약(1876년) 직후 개항과 도시화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연 발생해 150년을 이어왔다. 1년 단위로 집값의 50~80%를 냈던 전세는 두 가지 신화를 먹고산다. 하나는 부동산 불패 신화요, 또 하나는 고금리다. 둘 중 하나라도 작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두 신화는 모두 깨졌다. 전세의 종말→월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빠르다. 요즘 전·월세 물량 10개 중 5.5개는 월세다. 4년 전엔 10개 중 3개였다. 내년엔 10개 중 6~7개가 될 전망이다. 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사실 웬만한 대책은 다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부터 분양주택 축소와 임대주택 확대까지 총망라됐다. 그런데도 약발이 안 듣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사상 초유의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워낙 빨리 닥쳤다. 정부는 그럼에도 뒷북 대응에 급급했다. 문제는 임차인(수요자) 쪽에서 생겼는데 정부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촉진책이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 임대인(공급자)에 대한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되레 전세난을 부추기기 일쑤다. 용산 뉴스테이는 임대료가 최고 월 186만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런 대책으론 애초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행복주택이나 준공공임대주택 등 서민용 임대주택 대책이 있긴 하지만 특정 계층에 국한되고 공급 물량도 적어 역시 서민 주거 대책으론 역부족이다.
발상부터 확 바꿔야 한다. 전·월세 대책을 단순 주거 문제가 아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진국치고 서민 주거 문제 해결 없이 복지국가 진입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전체의 80%가 공공주택이며 월 4000싱가포르달러 이하 저소득층에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장기 대책 외에 단기 대응도 시급하다. 임대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리자는 ‘9·2 부동산 대책’은 방향은 맞지만 2% 부족하다. 당장 숨 넘어가는 환자에게 소식·운동 같은 장수 비결은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우선 주택공급 정책의 초점을 임차인(수요자)에 맞춰 다시 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도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직접 가격을 규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는 “(전셋값 폭등 등)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만 할 게 아니다. 이미 전셋값은 매매 가격을 웃돌고 있다. 여기서 오르면 얼마나 더 오르겠나. 선진국처럼 지역임대료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적정 임대료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미친 전셋값이 주는 충격과 부작용은 우리 경제를 이미 뇌사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필요하면 모르핀과 수술도 동원해야 한다. 이러다 이 정부도 임기 5년 동안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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