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일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는 오래됐다. 기사의 무한 복제가 가능한 사이버 공간에 악의적인 기업 관련 기사를 어뷰징(재탕·삼탕 보도)하면서 협찬·광고 등을 요구하는 분탕질이 일상화되면서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한국광고총연합회, 한국광고주협회, 한국광고산업협회 등 광고계 3단체와 한국광고학회가 공동으로 포털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 청원까지 했겠는가. 물론 포털에 신문법을 적용하자는 이들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언론학계나 야권에서 논란이 진행 중이다. 포털을 언론사로 규정하는 데 대해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야당 일각에선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 강화는 언론의 다양성 보장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일리가 아주 없진 않은 주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가 저널리즘으로서 방송이나 신문 못잖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아닌가. 포털이 단순 정보 중개자로서의 기능을 넘어 이미 편집권 등 언론의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2013년 기준으로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기사가 포털 광고영업 이익의 14.2%에 기여했다는 연구보고서(김성철 고려대·남찬기 카이스트 교수)를 보라. 이 이익분의 일부를 언론발전기금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왜 나왔겠나. 이런 마당에 포털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아무런 공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안 될 말이다.
광고업계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처럼 포털에 의존하고 있는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를 미끼로 직접적으로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도 문제이긴 하다. 우리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고 본다. 포털이 광고 수익을 겨냥해 클릭 수를 올리려고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일부 인터넷 매체들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건강한 여론 조성 기능 등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교란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우리 포털들은 미국의 구글처럼 신뢰도가 높은 기사가 먼저 노출되도록 하는 등 뉴스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권고도 빗발치고 있지만 미적거리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의 역할에 준하는 인터넷뉴스심의위 같은 기구를 통해 포털의 공공성 보완을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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