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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 개혁' 노사정 대타협,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살려나가야

바람아님 2015. 9. 14. 09:56
조선일보 2015-9-14

노사정 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등 노사정 대표 4명은 13일 대표자 회의를 재개한 끝에 노동 개혁 원칙에 합의를 이뤄냈다. 노사정 대표들은 그동안 맞서왔던 일반해고 문제의 경우 노사 및 전문가 참여 아래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되 제도 개선까지는 정부가 노사와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 사안도 정부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유권해석을 마련키로 했다. 이로써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표들에게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한 후 본격 가동된 노동 개혁 노사정 합의가 1년 만에 대타협의 결실을 거두게 됐다. 다만 이 합의는 14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추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동 개혁 노사정 합의로 한국 경제의 미래가 확 뚫린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 개혁 없이는 꽉 막힌 취업 시장이 활기를 찾기도 어렵고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현대차 노동자 평균 연봉은 9700만원으로 일반 사업장 연봉(3240만원)의 3배에 이른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연봉이 9900만원에 달하지만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5000만원, 1차 협력사 노동자는 4800만원, 2차 협력사 노동자는 2800만원밖에 못 받는다.


노동 개혁의 핵심은 이 같은 고임금의 대기업 정규직과 저임금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간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려 청년 실업의 고통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국내 50대(代) 후반 장기 근속자와 20대 중·후반 신참 근로자 사이 임금 격차는 3.1배에 달한다. 유럽(1.1~1.9배)이나 일본(2.4배)에 비해 훨씬 격차가 크다. 근무 경력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고(高)임금을 챙기면서도 생산성은 극도로 낮은 저(低)성과자들을 자를 수 없다. 결국 기업들은 노조 보호권 안에 있는 정규직을 늘리기보다 경기 흐름에 따라 고용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비정규직 위주로 고용하려 들게 마련이다. 고임금 정규직의 기득권(旣得權) 고집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청년층의 고용 절벽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개혁 노사정 합의는 100만 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층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일반해고 규정과 취업규칙 변경 문제 말고도 청년층 신규 고용을 활성화하고 실업자들의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의 정의,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안에 관한 많은 합의를 담고 있다. 앞으로 국회가 노사정 합의의 정신을 살려 입법(立法)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집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도달했던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 지도부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과연 청년 실업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노사정 합의가 진정으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단기적 이익만 앞세우지 말고 적극적인 투자와 신규 채용 확대에 나서줘야 한다. 노조 측은 그동안 정부는 왜 공무원 조직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느냐며 반발해왔다. 정부도 공무원들의 기득권 양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